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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사랑방을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드립니다.
지난 8월 27일에 서준식 대표가 사임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배경 설명이 없었기에 많은 분들이 의아해하며 갖은 추측에 싸여 계실 것으로 짐작합니다. 저희 사랑방 일동은 미흡하나마 이에 대한 설명을 드리기 위해 이 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먼저 분명한 것은 서준식 씨가 인권활동을 중단하시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랑방의 상임활동가이자 부설 인권운동연구소 소장으로서 그간 갖은 대외활동에 치여 손놓을 수밖에 없었던 사안들을 꼼꼼히 챙기게 될 것입니다. 다만 대외활동을 중지하고 사랑방 내부 사업에 진력하게 되는 것입니다. 인권운동가로서 헌신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좀더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건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입니다.
둘째,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듯이 국가인권위 기획단 설립과정에서 문제가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 20일 개소한 국가인권위 기획단은 그 설립 과정을 철저히 비밀에 붙이고 특정 인권단체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했습니다. 이에 대해 논의의 공개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졌고 극도로 심화된 갈등관계 때문에 서준식 씨가 대외활동을 하기에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이에 서준식 씨는 한 단체의 대표나 연대조직의 책임자로서가 아니라 인권운동을 하는 자유로운 ‘개인’으로서 끝까지 따질 것을 따지겠다는 결심을 하셨습니다. 어떤 자리와 권력에 연연해서 비판한다는 오해를 완전 차단하고 할 말을 다하겠다는 것입니다. 때가 되었기에 물러나는 명예로운 퇴진이 아니라 급박한 상황에서 직위를 버리는 사임에는 그런 ‘항의’의 뜻이 분명하게 담겨 있습니다. 일종의 백의종군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입니다. 서준식 씨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문제제기하고 있는가는 이후 행보에서 아시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방 성원들은 서준식 씨의 그런 의지를 존중하는 뜻에서 사임안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끝으로, 사랑방의 이후입니다. 서준식 씨는 여전히 우리의 동료로서 함께 하실 것이며, 당분간 류은숙 사무국장이 대표 권한 대행을 합니다. 현재 인권운동사랑방은 ‘1인 대표제만이 유일한 선택인가? 좀더 민주적이고 활기찬 조직을 만들 수는 없을까?’를 고민하고 있으며, 여러 모델을 분석하여 사랑방에 가장 맞는 조직 형태를 만들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활동가 전원이 결정과 집행의 책임을 맡는 구조는 계속될 것이며, 어떤 권력과 금전으로부터도 자유로운 독립정신과 자생의식 또한 변치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인권운동사랑방을 아껴주시는 것은 오로지 ‘올바른 인권운동을 하라, 헌신하라, 당당하라’는 요청인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서준식 씨를 비롯한 인권운동사랑방 17명 성원 모두는 자신들의 의무를 매일 되새길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01년 8월 29일
인권운동사랑방 일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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