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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에서 공식일정을 하루 연기하며 열린 세계인종차별철폐대회가 마침내 ‘선언’과 ‘행동계획’을 채택하고 지난 8일 폐막했다. 대회가 시작된 지난달 31일부터 마지막날까지 논란이 된 이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와 노예무역을 비롯한 노예제도 식민주의 문제였다.
대회에서 채택한 선언에는 노예제도를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이번 대회의 큰 성과물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대회 처음부터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등 과거 시절 식민주의 정책을 펼치며 노예제도를 시행했던 나라들은 노예제도를 ‘반인도적 범죄’로 명시하는 것을 완강히 반대했다. 국제법상 반인도적 범죄는 공소시효가 없기 때문에 이후로 셀 수도 없는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프리카 지역국가를 포함한 노예제도 및 식민주의 피해국가들이 ‘노예제도는 반인도적 범죄’임을 명시할 것을 강력히 바랬기 때문에 선언에는 이러한 의견이 반영됐다. 한편, ‘반인도적 범죄’ 문구와 함께 논란이 됐던 노예제도 식민주의 피해에 대한 배상문제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물론 간접적인 경제지원을 의미하는 문구가 삽입됐긴 했지만 도덕적인 책무를 지운 수준의 문구다.
노예무역 팔레스타인 문제 관심
대회 도중 이스라엘과 미국 정부 대표 참가단이 철수하는 상황까지 불러왔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있어서도 더반선언은 작으나마 성과를 얻었다. 선언에는 “점령지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곤경에 대해 우려하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양도할 수 없는 자결권과 독립국가 건설권한을 인정한다”고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9월 4일 민간단체 포럼에서 채택한 선언에서 시오니즘을 인종주의로 규정한 것보다 못한 수위의 결정임을 지적 받고 있다. 사실 유엔 의결구조상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유엔총회 결의에서도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결의를 낸 바 있다. 하지만 유엔총회 결의조차 지키지 않고 있는 이스라엘이 이번 선언문을 어떻게 실천할 지는 미지수다. 이번 대회 사무총장을 맡았던 메리 로빈슨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은 공식적으로는 시오니즘을 인종주의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민간단체포럼 선언 채택 후 “민간단체들의 결정을 존중해 정부간 회의에서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합의방식으로 진행돼야할 대회가 막판에 투표까지 동원해가며 채택한 이번 선언문과 행동계획이 21세기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을 위한 인류의 실천에 어떤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전세계인들과 각국 정부의 양심과 실천력에 달려 있다는 의견이 많다.
대회 기간 중 미국 등이 참가단을 철수하고, 선언채택과정에서 서방국가들이 구체적인 국가명칭 언급을 회피하는 등 많은 부분 ‘김이 빠진’ 면이 보이고 있기도 하다. 물론 법적으로 강제력이 없는 ‘선언’이라는 한계도 있지만, 새로운 세기에 들어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을 철폐하고자 전세계 168개 나라 사람들이 모여 탄생시킨 ‘더반 선언’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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