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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김지연 사진집/ 눈빛 펴냄/ 151쪽
연변을 떠도는 탈북 아이들의 삶을 새로운 각도로 포착한 사진집이 나왔다. 쓰레기더미에서 음식 찌꺼기를 뒤지는 아이들, 벌떼처럼 달려들어 구걸하는 아이들, 공포와 굶주림에 지친 아이들…. 이런 것들이 과거 언론이 우리의 뇌리에 각인시킨 탈북 아이들의 모습이었다면, 김지연 씨의 '연변으로 간 아이들'에는 이런 익숙한 모습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들은 인형을 가슴에 품고 볼이 터져라 풍선을 불고 폴짝폴짝 줄넘기를 하며 세상을 넘고 있다. ""옥수수잎을 흔들며 지나가는 바람소리가 죽 끓이는 소리 같다""며 한 아이가 환한 웃음으로 말을 걸어온다. 그렇게 작가는 북녘의 어린 영혼들이 장난치고 웃고 떠드는 우리네 동네 꼬마들과 다름없다고 얘기한다.
그런데도 소나무 껍질처럼 메마른 탈북 아이들의 현실과 그 현실을 그대로 투영한 아이들의 메마른 표정은 좀체 숨겨지지 않는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라는 우리 아이들과 달리, 탈북 아이들은 숨바꼭질하듯 커튼 뒤로, 쓰레기더미 속 피어난 엉겅퀴 뒤로, 희뿌연 유리창 너머로, 조그만 손바닥 뒤로 낯을 가리고 고개를 숙인다. 그렇게 가려진 모습으로 이 '평범한', 아니 '평범해야 할' 아이들은 왜 자신들이 죽음을 두려워하며 숨을 수밖에 없는지, 자신에게 왜 '아버지 굶어 죽음, 어머니 행방불명, 동생 울다 지쳐 죽음'이라는 신상명세서가 따라붙는지 되묻고 있다.
사진 찍히기를 두려워하는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처음으로 사진가가 된 것을 후회했다는 작가가 홀홀단신 연변을 누비며 엮어낸 사진집의 판매수익금은 탈북 아이들을 돕기 위한 기금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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