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인권시평> 가난한 사람을 먼저 생각하자
내용
"얼마 전 광주 인근의 대안학교에 계시는 선생님을 만났다. 지금 중학교 2학년인 우리 아이가 가고 싶어하는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그 학교를 갈 수 있는가,고 물었더니 일단 그 학교에 진학하고 싶어하고 그리고 공부를 잘해야 한단다. 학부모로서 무엇보다 궁금한 학비관계를 물었더니 기숙사비 포함 월 40만원 가량이 든다고 했다. 나는 그만 기가 죽고 말았다. 물론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학교엘 계속 다니고는 싶은데 돈이 없는 집 아이들을 위해 장학제도도 운용하고 있고 아이가 원한다면 근로장학생을 시켜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학비감면제도도 있다고 했다. 어찌됐든 내 아이를 굳이 '대안학교'라는 곳에 보내야만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결론은 보내고 싶은 마음도 없고 내 형편으로는 보낼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아이는 오늘도 공부를 잘해야 제가 원하는 그 학교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하고 있는 중이지마는. 

대안학교라! 대안학교라 함은 말 그대로 기존의 학교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학교가 아니겠는가. 대안이 되지 않는 학교를 굳이 대안학교라 이름 붙일 수는 없겠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건 일단 기존의 학교들이 지고지선으로 떠받드는 최악의 모토가 아니겠는가. 거기다 기존의 학교에 보냈을 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비싼 학비라니! 나같이 돈 없는 학부모는 아무리 아이가 대안학교에 가고 싶다해도 보내지 못할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이치인데.... 

환경이 오염되면서 새로운 환경산업이 생기고 환경산업자들이 제공하는 양질의 환경상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다른 누구도 아닌 환경을 오염시켜서 돈을 번 사람들, 혹은 돈이 많아 환경을 오염시킬 물질을 더 많이 소비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지마는 교육에 있어서도 그와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환경운동하는 사람들, 교육운동하는 사람들이 죄인이라는 뜻은 전혀 아니고 우리가 환경운동하는 것도, 교육운동하는 것도 늘 가난한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며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는 소리다. 돈 많은 사람들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기성복 싫어하고 유명디자이너에게 자기만의 옷을 주문하는 것처럼 혹시 돈 있는 사람들이 자기 자식들은 뭔가 색다르고 뭔가 특별한 교육을 시키고 싶어하는 욕망에 죄없는 대안학교가 이용될 소지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선한 사람들의 선한 의지들이 혹여라도 죽 쒀서 개준다는 속담처럼 그들이 그리고 우리 모두가 진정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사용되어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정말로 양질의 환경과 양질의 교육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일 것이기에. 

공선옥 (소설가)"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02168
생산일자 2000-04-24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공선옥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단신
분류1 인권하루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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