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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라는데 우리 가족에겐 생이별을 해야하는 뼈아픈 고통의 날이 시작되는 달이다. 남북이산가족도 이제는 만나야 한다는 이 때, 3살박이 아들 산이는 아빠가 보고싶다며 눈만뜨면 ""아빠, 회사에서 언제 와""라며 칭얼댄다. 노조 민주화를 요구하며 투쟁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고 산간벽지 아무도 없는 곳으로 전출된 우리 아빠. 그리고 이산가족이 된 우리가족.
지금 철도 현장 노동자들은 21세기라고는 말할 수조차 없는 정말 열악한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1년 365일 중에 보장된 휴일은 단 하루도 없다. 조합원들의 노동환경과 인간다운 삶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피 같은 조합비로 술 퍼마시고 관계 공무원들한테 금품 및 향응제공에만 혈안이 된 어용노조만 있을 뿐이다. 3중 간선제라는 방식을 이용해 53년간 권력을 이어온 어용의 역사만 있을 뿐이다. 지난 1월 대법원은 3중 간선에 의한 철도노조 위원장선출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그리고 현장의 노동자들 역시 노동자를 위한 민주노조 건설을 위해 '전면적 직선제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를 결성, 조합원 찬반투표에 의한 규약개정과 위원장 직선을 요구하며 농성투쟁을 전개했다. 하지만 철도청은 노조 내부의 문제에 부당하게 개입해 공투본 간부들과 현장 조합원들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무더기로 징계하고 해고했다. 한 집안의 가장을 직장에서 해고하고, 또 돌봐야할 가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간 벽지에 전출명령을 내려 생이별의 고통을 맞게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건설교통부 재직 당시 대한항공에서 돈 받은 혐의 뿐 아니라 어용철도노조에게 해외장도금조로 백만 원을 받은 사실이 보도돼 시민단체가 '금품 및 향응 수수 공무원에 대한 감사 청구 및 부패방지법 제정'을 촉구하게 만들었던 주인공인 정종환 철도청장의 작품이다. 근데 그런 사람이 MBC 다큐멘터리 <성공시대>에 성공한 인물로 나온다니…. 가족들의 면담요청에 공권력으로 답했던 사람이, 이렇게 반인륜적인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른 사람이….
아직도 용산에 있는 30m의 철탑에는 해고된 철도노동자들이 목숨을 건 고공농성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많은 노동자들이 철도노조 민주화를 요구하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우리 가족은 결코 정종환 철도청장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이렇게 침묵하지만도 않을 것이다. 우리 가족이 이전처럼 단란하게 살 수 있는 날을 만들기 위해, 노동자들을 위한 철도노조를 만들기 위해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다.
▶ 김정민 씨는 지난 4월말 징계조치 돼, 5월4일자로 제천전기사무소(근무지 - 강원도 사북 옆 증산분소 지미원주재)로 전출이 됐습니다. <편집자 주>
이은주(전 용산차량사무소 부지부장 김정민 씨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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