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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2일 016 PCS폰을 개통한 ㄱ씨는 5월초 경찰의 수사대상이 됐다. 경찰은 3월 8일부터 14일까지 ㄱ씨의 행보가 궁금했고, 그래서 한국통신프리텔에 당시 ㄱ씨의 통화내역을 요청했다. 한국통신프리텔은 곧 경찰의 요청에 응해 ㄱ씨 PCS폰의 상세통화 내역서를 회신했다. 이 통화 내역서에 의하면, ㄱ씨는 3월 8일 늦게까지 종로에 있었으며 보통은 경기 고양시 화전동에서 잠을 잔 것으로 보인다. 특히 3월 14일 ㄱ씨는 총11곳에 모두 17번 통화를 했다. 아침에는 대방동에 있다가 점심 무렵 경기 고양시 화전동으로 이동했으며, 2시경에는 다시 신촌으로 돌아왔고 3시경 동대문으로 출발했다.”
경찰은 당신이 어디에 갔는지 안다
이상은 한국통신프리텔에서 5월 7일자로 경찰청장에게 회신한 공문내용을 보고, 당시 경찰의 수사과정을 유추해 재구성한 내용이다. 핸드폰의 상세통화 내역서에는 통화시각, 상대방 전화번호뿐만 아니라 이용기지국명까지 나타나 있어, ㄱ씨의 하루를 대강이나마 유추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는 핸드폰 통화내역이 개인의 삶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뜻.
그러나 경찰에 의한 핸드폰 통화내역의 조회가, 국민의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영장이 아닌 경찰서장의 요청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일선 형사들은 이에 대한 법적 근거조차 제대로 모르고 관행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통화내역 조회, 영장이고 뭐고 없다
한국통신프리텔 5월 7일자 회신 공문을 접수했던 경찰청 정OO 형사는 “수사상 핸드폰 통화내역을 조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묻자 “내가 그것까지 말할 의무는 없다”고 답변을 회피했고, 어디에 문의하면 알 수 있느냐는 질문조차 “수사를 담당하는 내가 말하기 곤란하다”면서 마치 보안사항인 양 이야기했다.
종로경찰서 수사과 몇몇 관계자도 법적 근거를 못 대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경찰서장 명의로 한국통신 등에 요청을 하면 통화내역을 조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아마 전기통신사업법 혹은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 같다”며, 자신들의 수사행위가 어떤 법령에 근거한 것인지도 잘 모르고 있었다.
한때 모 통신회사에 근무했던 이△△ 씨는 “수사상의 이유로 경찰이 핸드폰 통화내역을 조회하는 일은 매우 흔한 일”이라며, “그래서 그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통신프리텔 충정로 지점에서 확인한 결과, 통화내역의 조회는 본사와 지점에서 가능하며 본인이 아니라면 경찰서의 업무의뢰서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했다. 금속연맹 김기덕 법률원장은 “핸드폰 통화내역을 이용한 수사를 모범사례로 소개하는 경찰청 지침을 본 적이 있다”고 말해, 핸드폰 추적수사가 상당히 보편화돼 있음을 시사했다.
‘수사 안보’ 이유로 누구나 조회가능
민주노총 법규차장 권두섭 변호사는 “핸드폰 통화내역에는 상대방 전화번호와 이동한 장소까지 나오기 때문에, 하루 동안 어떤 사람과 통화했고 어떤 경로로 이동했는지가 다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이는 고정돼 있는 전화기 시대에서는 불가능했던 것으로, 질적으로 다른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 권 변호사는 “도대체 어떤 법적 근거로핸드폰의 통화내역을 조회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핸드폰의 통화내역에 대한 조회가 수사상의 이유로 경찰서장의 공문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보았을 때, 이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통신비밀의 보호 조항의 내용에 가장 가까워 보인다. 여기에는 ‘검사 또는 수사기관의 장이 수사 또는 형의 집행,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의 필요에 의하여, 이용자의 통신자료의 열람을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권 변호사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는 경찰이 이용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가입 또는 해지일자에 관한 자료만을 열람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면서, “그 어디에도 통화시각, 기지국명 등 이를 넘어서는 정보의 조회를 가능케 하는 문구는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법 54조는 전기통신사업자가 경찰의 요청에 ‘응할 수 있다’고 돼 있어 거부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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