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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9시 20분, 수원지방법원에 도착했다. 앞에 서 있던 '군포장애인종합복지관' 셔틀버스에서도 구명운동을 함께 해왔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내려서고 있었다. '오늘 판결은 어떻게 나올까'. 불안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안은 채 110호 법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법정은 여성단체, 장애우단체, 언론사 관계자들로 발디딜 틈 없이 가득 메워졌다.
유순자 씨는 여덟 번째 나오기로 되어 있었다. 앞서 나온 피고인들이 2~3년의 징역에 처해지는 것을 보니 불안감이 더해갔다. '사건번호 2000고합77 살인'. 드디어 그녀의 이름이 불렸다. 법원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유순자 씨는 한 교도관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에 들어섰다. 그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그 조그마한 체격과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판사가 유순자 씨에게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들을 수 있느냐고 묻자, 그녀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유순자 씨의 판결문은 유독 길었다. 긴 낭독 끝에 판사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방청석에서는 환호성과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어요."" 모두들 기쁨의 웃음과 눈물로 뒤범벅된 채 인사를 건넸다. 유순자 씨는 이렇게 자유를 되찾았다.
유순자 씨 사건은 여성 장애우들의 인권이 가정폭력으로 인해 얼마나 짓밟히고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자유를 되찾았다고 해서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앞으로 가야할 길은 여전히 멀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는 열 사람의 한 걸음으로 모든 여성장애우가, 그리고 장애우가 비장애우와 더불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멈추지 않을 것임을 다짐한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우인권센터 문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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