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인권시평> 언론과 인권
내용
"이 사회가 썩지 않으려면 언론, 종교, 학계가 제몫을 다해야 한다. 왜 하필이면 이 세 집단만을 특별히 지명하여 책임을 묻는 것인가는 명약관화하다. 이 세 집단에 속한 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이 세상 각계 각층이 다 썩어 심한 악취를 내뿜는다 해도 이 세집단은 최후의 보루로써 이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당위성이 흐려진지 이미 오래다. 

그 중에서도 대중성이 가장 강한 언론을 보자. 언론의 생명은 비판과 고발에 있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비판과 고발을 게을리 하고 오히려 촌지수수, 누구누구 장학생, 재벌과의 동침으로 스스로 비판과 고발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또한 강자에겐 한없이 약하고 약자와 죽은 자에겐 역겨울 정도로 잔인한 모습을 아주 용감하게 보여준다. 철면피 중에서도 챔피언감이다. 


비판과 고발의 대상이 된 언론

요즈음 반론청구권이 법률상 인정되어 있으니까 좀 덜하지만 아직도 무조건 쓰고 보자는 못된 생각은 여전하다. 언론의 자유를 악용하여 정부의 잘못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개인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선정적 보도를 일삼는다. 언론 스스로가 황색저널리즘에 빠져있다. 그리고 더욱 가관인 것은 마치 언론 종사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정권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망상적 작태이다. 하기야 망상에 사로잡힐만도 하다. 

그 동안 집권세력의 하수인 노릇을 성공적으로 해낸 자들의 대부분이 언론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정말로 나라가 망하는 조짐이 보인다. 해방이후 지금까지 일반시민이나 노동자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해본 적이 없는 우리 언론은 가진자들의 사교를 위한 소식지에 불과했다. 올바른 인권의식이 없으니 가지지 못한 자들에 대한 시각이 뒤틀려 있다. 인권침해는 진부하다는 생각이다. 

발로 뛰던 기자정신도 승용차를 타면서부터 변질되었다. 이제 언론귀족이 되어 버렸다. 배가 부르니 보이는 것이 없다. 인권의 청맹과니가 되어버린 것이다. 날치기 노동관계법, 안기부법에 대해 내용은 괜찮은데 절차가 잘못되었다고 교묘하게 사안의 본질을 흐려놓는 언론이 이 사회의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노동관계법은 공포되고 효력이 발생하지도 않은 채 다시 개정될 수밖에 없었다. 이 무슨 국력의 낭비이냐. 여기엔 언론의 책임이 제일 크다. 언론이 제대로 문제의 사안을 지적하였다면 법제정권자인 국회의원들이 그러한 어처구니없는 짓들을 감히 어떻게 할 수 있었겠는가. 국회의원들이 제일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 것이 언론인데.


배가 부르니 보이는 것이 없다

요즘 신문을 보면 지면은 엄청나게 늘어났는데 읽을 것, 볼 것이 없다. 상업주의에 지나치게 치우쳐 경쟁에서 이기려다보니 신문정신은 실종된 것이다. 스포츠, TV프로그램, 연예계 소식, 광고 등의 지면만 늘었지 정작 ""어제의 인권침해""와 같은 언론본연의 사명은 잊은지 너무도 오래다. 먹고 노는 것을 부추겨 놓고 먹고 놀다보니 경제가 이 모양이라고 일반 서민만 질타한다. 

그러나 아니다. 지금의 우리 나라 대부분의 언론은 정말 이대로는 안된다. 국민적 저항에 혼좀 나야한다. 언론귀족은 쓸모가 없다. 언론 노동자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보도에 제약을 당하고, 알아서 알릴 것은 알리고 피할 것은 피하는 카멜레온식 습성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


최종목적은 인권보호 

언론은, 곳곳에서 인권이 침해되고 사람인가가 의심되는 동물농장 분위기가 아직도 남아 있는데 쓸데없이 정치판의 가당치 않은 작태를 기사화하는 것으로 지면을 채우고 있을 것인가 자문해야 한다. 

중앙일간 종합지나 방송에서 밝혀지지 않는 내용을 다른 대용매체를 통해서 어렵게 알아야 하는 국민들은 매일 매일 바보가 되는 것이다. 결국 이런 모습은 인권을 고도의 수법으로 짓밟는 셈이다. 「바른 언론」「미디어 오늘」「인권하루소식」등 재야성 언론대용매체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세상이 하루 빨리 와야 한다. 기성언론은 '하이에나' '카멜레온' '거짓말쟁이 양치는 소년'에서 벗어나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아니 원래의 언론 제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언론의 사명은 인권보호이다. 다른 그 어떤 그럴듯한 미사여귀도 다 허황된 것이다.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대명제 앞에 언론, 종교, 학계를 비롯한 모든 분야가 무엇을 할 것인가는 분명하다. 궁극적으로 최종목적은 인권보호이다. 언론은 평상심으로 돌아가 인권보호라는 본래의 사명에 충실하여야 한다. 


김 동 한 (법과 인권연구소장, 광주여대 교수)"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02343
생산일자 1997-03-24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김동한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단신
분류1 인권하루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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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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