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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최근에 우리 둘째 아이를 소아정신과 병원에 입원시킨 일이 있다. 그 아이를 잉태하고 출산하고 길렀던 그 세월들이 결코 안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아이가 엄마를 힘들게 하고 무엇보다 자신이 힘들어하게 된 연유가 그런 환경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나한테 진정 사랑이 부족했던 것일까.
아이의 모습을 관찰하던 의사는 나에게 입원을 시키는 것을 권유하였고 나는 입원을 하더라도 아이의 동의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의사는 저런 상태에서 어떻게 동의를 구할 수 있는가, 고 반문했다. 병원을 믿으라는 것이었다. 솔직히 다시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가서 또 고통을 반복할 용기가 없었다. 최선은 아니지만 그리고 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인가에 대한 확신이 완전히 서지 않은 상태였지만 못난 어미인 나는 끝내 아이를 병원 측에서 하자는 대로하고 말았다.
아이는 의외로 빨리 병원생활에 적응해 가는 듯 했다. '안집'이라고 불리는 일반 가정집과 비슷한 분위기의 장기입원실은 2인1실의 방이 따로 있고 남녀노소가 같이 쓰는 공동의 공간이 있었다. 남녀노소가 같이 있는 것이 의아해서 물었더니 그렇게 있는게 좋다고 한다. 또래끼리 있으면 나쁜 행동을 보고 학습하게 된다나. 정말로 병원에서 하는 모든 말들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도 믿자고 다짐했다. 날마다 아이를 면회하러 다니는 길은 어미로서의 나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게 아니라 아이가 나를 어미로, 부모로 키워 가는게 아닌가 하는.
그렇게 면회를 다닌지 한 달이 다 되어가던 어느 날, 아이 입에서 무심한 듯하면서도 불만에 가득찬 말을 듣게 되었다. 휴식시간에 공동공간에서 놀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자꾸 옆으로 다가오며 머리도 만지려고 하고 손도 만지려고 하는게 귀찮아서 신경질을 냈더니 어른환자들과 간호사선생님들이 어린애가 어른한테 버릇없이 굴었다고 오히려 우리 아이를 나무랐단다. 그 문제를 가지고 담당의사와 상의를 하려고 했지만 의사는 나와 우리 아이의 말을 일방적으로 묵살하고 병원을 그렇게도 못 믿겠으면 당장이라도 퇴원을 하라고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였다.
너무나 개인적인 일이고 '인권시평'이 요구하는 주제와 동떨어진 감도 없지 않지만, 내가 상대보다 조금 더 배웠다고, 뭔가를 조금 더 가졌다고, 조금 더 건강하다고, 힘이 더 세다고, 모든 그렇지 못한 사람한테 가해져 오는 '일상적인 폭력과 억압'이란 기실 제도와 권력으로부터 오기보다는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들에서 오기가 더 쉽지 않겠는가, 싶어서 이 귀한 란을 빌려 사사롭지만 내게는 너무나 힘겨운 날의 단면을 적어보았다.
공선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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