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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하느님의 무지개 나라에서 모두와 함께할 날을 기다립니다. ]
-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서울시와 이를 적극 요구한 시대 착오적 극우-보수 개신교 세력에게.
1. 우리들의 세상과 하느님 나라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과 색깔로 다가온다.
2023년, 그리스도교 신앙으로 고백하는 하느님 나라를 ‘건전함’으로 포장한 혐오와 차별, 배제로 물든 힘과 영향력의 결과물로 생각하는 듯한 이들이 있다. 이들 가운데 한 그룹은 서울광장에서 진행되던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막기 위해,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를 퀴어문화축제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열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번에 앞장 선 이들은 “기독교적 가치와 정신을 기초로 다음세대를 위한 건강한 기독교 문화와 교육의 발전을 지원”한다는 목적을 밝힌 CTS문화재단이다. 이곳은 개신교계 케이블 채널인 CTS기독교TV가 2021년 10월에 출범시킨 기관으로, 이 CTS는 ‘선교’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성소수자 혐오 선동에 앞장서는 방송으로 유명하다.
또 다른 이들은 스스로를 ‘거룩한방파제 통합국민대회 준비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동성애퀴어축제 서울광장 사용승인 반대”를 활동 목적으로 밝혔다. 또한 ‘한국교회언론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해 온 이들도 “서울광장에서 음란한 동성애 축제는 불허되어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에 대해 매우 적대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서울시가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의 서울광장 사용만 승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이런 목적으로 그리스도교 성서와 교리, 신의 이름을 사용하는 이들이, 한국 교회 안팎에 만연한 부유한 교회의 세습이나 왜곡된 위계와 영향력으로 인한 각종 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한국 사회가 뼛속까지 몸살을 앓고 있는 부와 기회의 불평등이나 소외의 문제에 적극 목소리를 내며, 구조적 모순과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섰다는 것도 들은 적이 없다.
그리고 이들의 적극적인 왜곡과 선동에 호응한 것처럼,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는 제대로 된 조정도 없이 우선 신청하고 ‘누구를 반대하기 위한 것도 아닌’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했다. 더군다나 ‘어린이 및 청소년 관련 행사’라는 이유를 붙여, 공익과 무관한 일부 개신교 선교 목적의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만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2. 우리들의 하느님이 함께하시는 무지개 나라는 왜곡과 선동, 차별과 혐오 너머에 있다.
교회와 그리스도인 가운데 그리스도교 신앙으로 고백하는 하느님 나라를 ‘낯선 존재들의 다양성과 환대, 연대’가 가득한 무지개 나라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는 한국 사회와 교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하는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퀴어 행사는 서구의 잘못된 문화를 따르는,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행사다”라는 편협하고 왜곡된 주장을 반복하는 반동성애 개신교 인사의 입장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모두가 안전하고 평등한 세상을 꿈꿔 온 많은 이들의 투쟁과 연대, 응원 가운데 여러 어려움에도 서울광장에서 계속된 서울퀴어문화축제를 기억한다. 올해에도 퀴어 자긍심과 연대를 드러내는 행사이자 모두의 축제로, 좀 더 안전하고 평등하게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그 가운데 더 많은 퀴어 그리스도인들이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축복하는 무지개 빛 하느님의 위로와 연대를 맛보기를 소망한다. 우리들의 하느님께서 함께하시는 무지개 나라는 왜곡과 거짓 선동, 차별과 혐오 너머에서 만날 수 있기에, 더욱 더 함께 기도하고 투쟁하며 연대하기를 바란다.
흔히들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쉽게 말한다. 그런데 더 낮고 작고 외롭고 연약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여 사랑하시는 하느님과 동행하는 이들은 다시 한 번 질문한다. 그리고 그런 ‘일반적인 가정’이라는 환상의 범주와 개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밀려나거나 벗어난 이들을 한 식탁으로 초대해, 빵과 포도주를 나누는 존재가 우리들의 하느님이라는 가르침을 이야기한다.
하느님의 무지개 나라는 그런 자리이다. 우리는 ‘바로 지금 여기에서’ 그 나라에 참여하고자 매일같이 기도하고 투쟁하며 연대한다. 그런 우리에게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 배제는 자리할 수 없다. 하느님은 ‘두려움 없는 완전한 사랑’으로 우리 가운데 함께 하신다. 그런 하느님과 동행하는 이들은 우리 이웃을 미워하지 않고 사랑하며 하느님의 ‘두려움 없는 사랑’에 동참하기 때문이다(요한의 첫째 편지 4:18~20, 공동번역개정판).
그러므로 일부 개신교 세력의 왜곡과 선동에 적극 동조한 서울시는 반성하라. 공익과 별 상관이 없는 ‘선교적 목적의 청소년・청년 행사’를 이유로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서울시는 속히 차별과 혐오의 길에서 돌이켜 오라!
또한 적극적인 왜곡과 거짓 선동으로 서울시를 압박하며 혐오와 차별에 앞장서는 극우-보수 개신교 세력은, 무지개 식탁으로 우리 모두를 초대하는 하느님과 함께하기를 요청한다. 오늘도 우리는 그대들의 적극적인 왜곡과 거짓 선동, 저주의 반대편에 있는 하느님의 무지개 나라에서 모두와 함께할 날을 기다린다.
속히 오라. 모두가 안전하고 평등한 무지개 나라, 환대와 사랑의 하느님이 초대하는 그 무지개 식탁으로~!
- 5월 5일, 모두에게 안전하고 평등한 사회와 관계를 만드는데 함께하는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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