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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총파업의 깃발이 올랐다.
98년 정리해고제철폐, 99년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 반대에 이어, '주40시간쟁취, 구조조정 중단과 IMF피해원상회복,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내건 2000년 5월 총파업 역시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이 세 가지는 구체항목에 해당되는 과제이다. 이 중 하나라도 쟁취된다면 그 자체로 획기적인 성과일 것이고, 특히 법정노동시간단축은 경제위기 이후 노동측이 끊임없이 제기해 왔던 공세적 슬로건으로서 그 의미는 지대하다.
그러나 국민들의 지지를 얻은 총파업, 국회의원조차 84%가 지지하는 주5일 근무제, 적극적인 시민단체의 참여, 민주노총 지도부의 발빠른 대화채널 가동 등으로 어느 때보다 노동시간단축의 실현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보수언론들도 정부가 '연내 입법화'를 표명했으니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제고해야 한다고 떠들고 있을 정도로 5월 총파업은 '주40시간'에만 몰려있다. 비록 구조조정 중단이라는 과제가 한 두번의 총파업으로 쟁취될 수 없다하더라도 주40시간이라는 화살은 그 과녁이 신자유주의 반대임을 명지(明知)해야 할 때다.
특히, 지금은 법정노동시간단축이 곧바로 현장 노동자의 열악한 상태를 개선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현실이다. 노동강도의 강화(작업속도의 증대 등), 변형근로제의 확대 등 노동의 유연화 공격으로 자본측은 언제든지 시간단축의 효과를 무(無)로 돌리고자 할 것이고, 경제위기 이후 이미 한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하락할대로 하락된 상태이다.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미조직노동자들은 물론, 1일 8시간은 고사하고 월1회의 휴일도 없는 유통 서비스직 노동자들, 언제 정리해고될지 모를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법정노동시간단축은 정서적으로는 공감하나, 절실한 요구로 와닿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법정노동시간이 단축된다 하더라도 현장에서 또다시 노동시간단축의 실질적 효과를 둘러싸고 현장투쟁이 이어져야 노동시간단축 투쟁의 의미가 산다.
이번 총파업은 임단협 사업장의 시기집중을 주요 동력으로 하고 있어서 3대 과제를 쟁취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대중조직의 규모가 거대화, 안정화, 체계화되면 될수록 투쟁 역시 불가피하게 기획, 관리, 통제되어 투쟁의 생명인 역동성이 제약, 억압될 가능성이 점점 커진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때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구조조정 공격에 대한 투쟁은 아래로부터 묶고, 노동시간단축은 위에서부터 그 효과를 현장에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투쟁으로 진행함으로써 현장을 중심으로 노동시간단축과 구조조정반대 투쟁이 맞물려 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김혜란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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