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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자기 얘길 들어줄 사람을 만나서였는지 정신 없이 말을 건네던 장윤식(63) 씨의 말문이 닫힌 것은 '설'이란 한 마디 때문이었다. 한쪽 눈가에 촉촉이 고이는 눈물.
한 살이 채 못돼 왼쪽 눈을 사고로 잃었다는 장 씨가 부산인 고향을 떠나 아무 연고도 없는 서울로 올라온 것은 지난 97년 경제한파가 불어닥치면서였다. 사업이 망하자 빚쟁이들이 집으로 들이닥쳤고, 그는 입이라도 줄일 요량으로 가족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향을 떠났다. 지난 3년 동안 서울시내를 떠돌며 노숙자 생활을 해왔다는 그는 요즘 서울역 지하철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식사는 하냐는 질문에 ""하루 두끼 먹으면 잘 챙겨먹은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한동안 아무 말도 안 하던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며칠 지나면 설인데 여기(서울역 앞) 이렇게 앉아 있다 보니 가족들 생각이 난다""고.
사정은 옆에 있던 김성묵(62) 씨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에는 그나마 공공근로라도 나가 30만원이라도 손에 쥐었다는 김 씨는 지난 연말부터 방세를 못 내고 있다. 경기가 회복됐다는 이유로 공공근로자리마저 줄어들어 일을 못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혹여나 짐이라도 들어주면 몇 푼이라도 벌 수 있을까해 서울역에 나왔다는 김 씨는 ""20년째 쪽방 생활에 다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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