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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 저임금 이주여성노동자 수탈을 목적으로 하는 이주가사노동자 시범사업을 중단하라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이주가사노동자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아직 구체안이 확정된 바는 없다고 하나 언론은 비전문취업비자인 ‘E-9’비자를 활용하여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희망자를 모집할 계획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사업 취지에서부터 문제를 안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주 가사노동자에게 싼값에 맞벌이 가구의 돌봄을 떠맡겨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이 시범사업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인권을 무시한 제국주의적 수탈의 국가 기획이다.
현재도 비전문취업비자인 E-9비자로 한국으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다. 비닐하우스 등의 열악한 주거환경에 방치되어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는 인권의 사각지대가 E-9비자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이다. 가정 내 노동이라는 가사노동의 특성상 사적 공간에서의 성폭력과 폭력, 괴롭힘, 그리고 장시간 초과노동과 감정노동에 대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하대해도 되는 노동, 대상이라는 편견은 이러한 위험을 부추긴다. 싼 값을 목적으로 하는 이주가사노동자는 계급의 최하위에 놓여 가장 심각한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출퇴근을 기본으로 최저임금으로 셋팅한다고 하나 물가 비싼 서울에서 숙식과 교통비를 제하고 나면 노동자의 손에 남는 것은 없다. 결국 인간다운 삶을 포기한 의식주로 연명하라는 이야기다.
본 시범사업은 또한 돌봄노동에 대한 시각을 심각하게 왜곡한다는 문제도 안고 있다. 저임금만을 목적으로 하는 이주가사노동자 유입은 돌봄노동의 저평가를 심화시켜 이주노동자 수탈에 의존하는 체제를 강화할 것이다. 돌봄노동은 임금노동과 연동되어 있다. 외주화된 돌봄노동 체제는 장시간 노동시스템을 고착시킨다. 회사는 노동자의 인신종속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며 정부는 이에 발맞추어 더 긴 장시간 노동을 제도화할 것이다. 돌봄노동은 모든 시민의 권리이자 책임이어야 한다. 국가는 모든 노동자가 임금노동을 수행하면서 돌봄노동을 평등하게 분담하는 체제를 만들 책임이 있다. 현재도 국가 주도 하에 돌봄노동의 저평가가 고착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를 더욱 강화하는 것은 성차별을 심화할 뿐이다. 여성에게 떠맡겨져 있는 돌봄노동을 이주노동자 수탈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가장 비열한 제국주의적 발상이다.
정부는 이주여성노동자를 수탈의 대상으로 삼는 사업 설계를 당장 중단하라. 지금 정부가 해야할 일은 돌봄노동의 저평가 해소와 노동시장 성평등 실현, 그리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노동자 시민의 돌봄 시간 확보이다.
2023. 5. 11
한국여성노동자회(경주여성노동자회 광주여성노동자회 대구여성노동자회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부산여성회 부천여성노동자회 서울여성노동자회 수원여성노동자회 안산여성노동자회 인천여성노동자회 전북여성노동자회)
전국여성노동조합(전국여성노동조합 서울지부, 전국여성노동조합 인천지부, 전국여성노동조합 경기지부, 전국여성노동조합 대전충청지부, 전국여성노동조합 전북지부, 전국여성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전국여성노동조합 경남지부, 전국여성노동조합 대구지부, 전국여성노동조합 경북지부, 전국여성노동조합 울산지부, 전국여성노동조합 부산지부, 전국여성노동조합 고용노동부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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