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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성명] 차별과 혐오가 정당하다는 안창호 후보자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내정을 강력히 규탄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5명의 최종후보 명단을 받았다. 한상희 교수가 사퇴한 후,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던 4명의 후보에 대해서 95개 한국시민사회단체는 지난 7월 30일,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서한에는 국가인권위원회 법과 국가인권기구의 성격에 비춰볼 때, 안창호 후보자와 김태훈 후보자는 차기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 되어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호소가 담겨 있었다. 한국 시민사회뿐만 아니다. UN 최고인권대표 사무소 부대표와 UN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 역시 한국정부에 서한을 보내어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인권기구의 성격과 활동에 적합한 인사를 임명할 것을 기대한 바 있다. 아시아 지역 인권단체들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음에도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A’등급을 유지하며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인권기구 포럼(APF)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국제인권규범을 준수하는 인사를 차기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임명할 것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요청하였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안창호 후보가 아닌 다른 선택지가 있었음에도 기어이 안창호 전 헌재 재판관을 차기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한 것은 이러한 국내외의 간절한 호소와 요청은 무시하고 국제사회의 기대를 배반한 것이다. 대통령실이 내정 이유로 내세운 것은 다음과 같다. “(안창호) 후보자는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재직할 때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왔고 인권에 대한 깊은 이해와 헌법 및 국제 인권 규범의 높은 지식을 바탕으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대한민국의 인권 수준을 향상시킬 적임자”라는 것이다.
안창호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재직시절, 간통죄 폐지에 반대 했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역 도입을 반대했으며, 구금시설 수형자선거권 보장과 아동피해자 진술녹화영상 증거능력 인정에도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이것이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소신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대통령실의 입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인권기구는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설립된 준국제기구로 국제인권규범에 맞는 인권정책과 인권침해 구제를 하는 국가기구다. 그런 점에서 보면 안창호 후보자는 국가인권위원회를 운영하는 인권위원장으로는 전혀 적합하지 않다. 무엇보다 안창호 후보자는 2020년 7월 ‘복음법률가회’를 창립하며 공동대표를 역임하면서, 진정한 평등을 바라며 나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전국연합’과 ‘차별금지법 바로 알기 아카데미’, 복음언론인회창립준비위원회 등과 협력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언론에 알려졌다. 즉, 차별금지법 반대에 앞장서 온 것이다.
이런 이력을 감안할 때, 안창호 후보자가 인권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다는 말은 더욱 의문이다. 오히려 헌법에 규정된 정교분리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대통령실이 말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대통령실은 한국 국가인권위원회를 성소수자의 인권을 인정하지 않는 갈라파고스 국가인권기구로 만들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지금껏 보수정권하에서 임명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들도 개인의 생각과 신념과 관계없이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두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이 국가인권기구의 사명이자 역할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의도했건 아니건 간에 이제 국가인권위원회는 국제사회로부터 갖은 질타와 우려를 받는 국가인권기구가 될 운명에 처해진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는 것이 그토록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글로벌 중추국가’의 모습인가? 국가인권위원회의 보호대상에서 성소수자가 제외되고, 난민이 제외되고, 병역거부자들이 제외되고, 노동조합이 제외되고 나면 누구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가?
이충상/김용원 상임위원처럼 막말을 하거나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고 국가인권위원장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속적으로 무력화되고 구성원들이 억압당하는 현 상황에서 안창호 후보자의 내정은 윤석열 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정상화가 아니라 국가인권기구를 형해화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우리 사회가 겪게 될 혼란과 갈등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기대마저 무너뜨린 인사를 내정한 것에 대해 대통령은 사과하고 안창호 후보자에 대한 내정을 즉각 철회하라. 우리의 마지막 경고를 또다시 묵살한다면, 거센 저항에 부딪칠 것임을 윤석열 대통령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24. 8. 12.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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