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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날인제도에 끝까지 불복종할 것을 결의한 모임, 이름하여 '지문날인 거부 78 '가 최근 결성됐다. 지난 수십 년간 열 손가락 지문을 군소리 없이 국가에 내맡겨온 우리 자신을 반성하며, 국가권력의 통제시스템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이제 첫발을 내디딘 지문날인 불복종운동은 여느 불복종운동보다도 지난한 싸움이 될 것이다. 우선 지문날인 거부자들 앞에는 수많은 유혹이 지뢰밭처럼 깔려 있다. 지문날인을 거부함으로써 주민증 없이 살아가야 하는 한 그들은 일상 곳곳에서 다양한 불이익과 불편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국가고시에 응시할 때나 통장을 만들 때, 여권 비자를 신청할 때나 투표권을 행사하려 할 때 등, 신분증에 대한 유혹은 매순간 포기와 타협을 요구할 것이며, 거부자들은 이를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국가권력 또한 '무엇보다도 손쉽게 국민들을 관리할 수 있는' 이 제도를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험난한 길을 가야하지만, 그만큼 지문날인 거부자들의 역사적 소임은 막중하다. 문명국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지문날인제도는 언젠가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져야 할 것이며,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든든한 실체로 존재해주어야 하는 것이 바로 거부자들이다. 아직 미미한 규모지만, 바라건대 100 , 1000 , 나아가 10000 이상으로 모임이 확대됨으로써 강력하고 대중적인 불복종운동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또 이미 지문날인을 했지만 이 운동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도 참여의 길을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
지금 정부는 지문날인 거부자들에 대해 철저한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 발생할 모든 사태의 책임은 바로 정부에게 있음을 확인해 둔다. 끝으로 헌법재판소에 요청한다. 현재 '지문날인제도와 지문전산화 폐지'를 요청한 헌법소원이 계류중이다.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지문날인제도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신속하고도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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