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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교도소(및 감호소) 출소자가 수감중 교도관으로부터 고문, 집필권과 접견권 침해 등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대구지법 안동지원 민사1부 (재판장 김주현)는 지난 달 19일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와 관련, 최근(9일) 공개된 판결문은 그 긍정적인 의미와 함께 그것이 가지는 한계까지가 이후 교정시설의 인권유린사건 재판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감옥의 전근대적 관행에 대하여 '절반의 승리'를 거둔 주인공은 유득형(48세, 대전 거주) 씨. 그는 지난 87년 징역 2년에 보호감호 10년을 선고받고 '청송'에 수감되어 있다가 95년에 가출소했다. 96년 다른 범죄로 2년형을 받은 그는 다시 '청송'으로 갔다가 남은 보호감호까지 살고 99년 1월에 만기출소했다. 유 씨의 두 번의 청송생활은 '당국의 부당행위→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집필신청→신청거부→항의→가혹행위'라는 과정을 밟았다.
이번 판결에 나타난 주요쟁점은 다음과 같다. ▶소송제기를 위한 집필권 침해 (승소) ▶접견시 가혹행위를 폭로하다 접견을 중단 당한 접견권 침해 (승소) ▶다른 재소자로부터 폭행을 당한 사건에서 교도관의 과실 (승소) ▶유 씨의 손해배상청구사건의 시효(3년) 경과여부 (승소) ▶6개월간 계속된 유 씨에 대한 계구사용 (승소) ▶교도관의 고문 등 가혹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증거불충분, 패소).
판결은 억울한 인권침해를 당해 청원 제소를 원하는 재소자에게 교정당국이 집필을 봉쇄해온 폐습에 쐐기를 박았다는 긍정적인 의미는 있다. 그러나 재판부가 유 씨의 온몸에 뚜렷이 남은 쇠사슬과 차꼬로 인한 끔찍한 상흔을 외면하고 진상조사도 없이 ""증거불충분""이라는 판단을 내린 점에서 결정적 한계를 갖는다는 지적이다.
항소심에서 가혹행위 입증 그리고 형사법정에서의 승소 등 유 씨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다.
유 씨는 계속되는 교도관들과의 갈등 속에서 수십 권이나 되는 법률서적을 외우다시피 할 정도로 공부를 했으며 급기야 '고소광(狂)'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유 씨가 출소 후인 1999년 1월에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수는 자그만치 102건(형사 60건, 민사42건)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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