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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이 대학에 입학원서조차 넣지 못하고 쫓겨나고 있다.
전국적으로 한파가 불어닥쳤던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3일간을 청주대 음악교육과에 편입학 원서를 넣기 위해 방문했던 황선경(28) 씨는 끝내 입학원서를 접수시키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학교측이 ""시각장애인을 받아들일 시설과 운영상의 뒷받침이 없다""는 이유로 황 씨의 원서 접수를 거부한 것. 황 씨는 ""현재도 한성신학대학에서 종교음악을 별 무리 없이 배우고 있다""며 ""학교에 누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부하겠다""고 눈물로 호소했지만, 학교측은 ""왜 하필 우리 학교냐""며 황 씨의 애원을 거절했다. 나아가 학교측은 황 씨의 상황을 접한 후 사실 확인에 나선 교육부 관계자에게 ""황 씨의 입학을 거부한 적이 없다""는 거짓 보고를 하기도 했다.
3일간에 걸친 실랑이 끝에 허무하게 돌아서야 했던 황 씨는 ""배우고 싶어도 배울 기회조차 없어 꿈을 접어야했던 같은 처지의 시각장애인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싶어 어렵게 편입학을 어렵게 결심했는데, 사람들이 해도해도 너무 한다""며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황 씨는 ""내가 받은 차별은 나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닌 이 사회 모든 장애인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수모""라며 ""대학의 편견과 불공평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뇌성마비 1급 장애인 서주현(25) 씨 역시 서원대 측에 의해 원서 접수를 거부당했다. 비록 장애정도는 심하지만 '장애인 특례입학'이 아닌 일반전형을 선택할 만큼 서 씨는 실력에 자신이 있었지만, 서원대측은 ""제 3자의 도움이 필요 없는 정도의 장애인만 받는다""며 서 씨를 쫓아냈다. 건국대학교에 지원했던 지체 1급 장애인 박미영 씨 역시 ""지체 3등급 이상의 중증 장애인은 받을 수 없다""는 학교측 입장에 의해 교육받을 기회를 무참히 짓밟혔다.
대학 박대에 정부 수수방관
이에 대해 학교측은 매정하지만 다 장애인들을 위한 처사라고 항변한다. 건국대학교 교무처의 장태익 주임은 ""현실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준비할 수 없는 여건에서 장애인 입학을 허용하는 것은 교육적 양심을 저버린 행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깊게 깔려 있었다. 장 주임은 ""우리학교의 특별전형은 수능 15%이내의 성적을 낸 학생만 응시할 수 있는데 장애인의 경우 48%까지 확대하고 있다""며 ""이는 장애인이 아무리 공부를 잘한다고 해도 좋은 성적을 내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장 주임은 ""장애인 학생이 얼마나 된다고 거액의 시설비를 투자하겠냐""면서 ""정부가 대책을 세워주지 않는 한 사립학교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변명했다.
한편 정부 역시 대학의 장애인 입학거부조치와 관련해 책임전가와 수수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장애'를 이유로 각 학교가 장애인들의 입학을 거부할 수 없게 하는 장애인특수교육진흥법이 있기는 하지만 대학 입시는 대학 당국이 정하는 것""이라며 ""이에 대해 교육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위치""라고 변명했다. 또 교육부 고등교육과의 한 사무관은 9일 청주대가 황 씨의 편입학 원서를 거부하고 있다는 민원을 접수하고도 학교측 거짓보고만 믿고 제대로 사실을 확인해보지 않다가 인권단체의 항의를 받고 뒤늦게 사실을 재확인하는 헤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장애인교육기회박탈, 불법행위
학교와 정부의 이러한 처사에 대해 장애우권익문제 연구소의 박순옥 부장은 ""장애인이란 이유로 사회적 차별을 받는 것도 부당한데 교육기회조차 박탈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대학당국에 대한 법적인 조치는 물론 이 문제를 사회화 시켜내겠다""고 밝혔다. 노들장애인 야학의 박경석 교장 역시 ""인간중심의 교육을 가르쳐야할 대학이 인간 경시를 실천하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의 전종욱 사무국장도 ""외국은 장애인 교육을 위해 정부와 학교가 유급 자원활동가까지 연결시켜주는 상황""라며 대학과 정부의 처사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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