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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정광훈, 아래 전농)은 여의도에서 ‘1차 전국농민대회’를 열었다. 전국에서 모여든 농민 1만8천여명은 △쌀 생산비 보장 △WTO(세계무역기구) 쌀개방 반대 △한-미,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추진 중단 △대북 쌀지원 확대 △쌀 추가매입분 4백만석에 대한 올 추곡수매가 2등품 기준 조기수매 등을 요구했다. 농민대회에 참가했던 이종화 정책위원장에게 농민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 이번 농민대회를 개최하게 된 배경은?
“지난 9월 15일 쌀 수매 요구 동시다발 투쟁을 벌였지만 정부는 ‘대권놀음’에만 빠져 450만 농민의 분노를 알아주지 않는다. 쌀값 폭락과 쌀수입 개방 움직임으로 여기저기서 ‘못살겠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 쌀 생산비 보장이 중요한 현안 같은데?
“정부의 ‘작년 수확기 쌀값 수준 보장’ 약속은 결국 ‘공수표’였다. 도매상들은 쌀값이 더 떨어질 걸 예상하고 아예 수매를 미루고 있는데, 농민들은 연말에 빚 갚아야 하니까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내다 판다. 조곡(찧지 않은 쌀) 40kg 생산원가가 6만원인데, 요즘 그걸 시장에 팔면 4만8천원에서 5만1천원 정도 밖에 못 받는다.”
- 정부는 쌀값 정책에 왜 미온적인가?
“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때 2004년 쌀시장 완전 개방을 약속했는데 개방되면 헐값인 외국산 쌀과 국내산 쌀이 가격경쟁이 될 리가 없다. 정부는 결국 ‘가격경쟁력’을 염두에 두고 쌀값 폭락을 방치 조장하고 있는 것 같다.”
- 쌀 300만석 대북지원을 요구하는 의미는?
“논농사 위주인 남측 식량 자급율이 30%, 북은 밭농사 위주고 자급율 60% 정도다. 통일이 되면 어차피 남의 쌀은 북으로 보내고 북의 밭작물은 남에서 받아야 한다. ‘대북지원 300만석’은 현재 남한 내 수급 조절과 통일을 대비한 영농 정책이 맞물린 요구이다.”
- 정부에 바라는 정책 기조는?
“‘쌀값인하, 쌀 생산 감축’만을 기조로 정책을 입안해서는 안 된다. 쌀 이외 작물은 자급률이 옥수수 콩과 같이 10%도 채 안 되는 작물도 있다. 식량수급 전망을 멀리보고 농업을 안정시킬 수 있는 장기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정부의 ‘개방 농정’에 묵묵히 따르라는 것이 농민에게 생존권 포기를 요구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말이 실감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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