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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권리는 곧 인권이다.""
이런 외침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진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본격적으로 여성의 권리가 인권의 중심 화두로 자리잡은 것은 1993년 비엔나 세계인권대회. 그 논의의 결과로 채택된 '비엔나 선언과 행동계획'은 ""여성과 여아의 인권은 양도할 수 없는 보편적 인권의 한 부분""이라고 선언하며 ""여성의 정치·시민·경제·사회·문화생활에의 동등한 참여와 모든 성차별의 철폐를 국제사회의 우선 목표""로 설정했다. 1995년에 열린 북경여성대회는 비엔나 대회의 원칙을 보다 구체화해 분야별 전략 목표와 행동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철폐를 중요한 인권 문제로 받아들인 신호탄이다.
지난 5년여를 돌이켜 볼 때, 여성 인권에 드리운 그림자는 여전히 짙지만 몇 가지 제도의 진전이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 명백한 반인도적 범죄로서 심판대에 오르게 되었다는 점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반인도적 범죄
1998년 채택된 국제형사재판소 설치문서는 ""강간·성적노예·강제매춘 및 불임 등""을 반인도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도록 했다. 또 이러한 것들이 전쟁 중에 발생할 경우엔 전쟁범죄를 구성한다고 명시했다. 게다가 이 문서는 희생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까지 포함하는 획기적 진전을 보여 주었다. 국제형사재판소에 앞서 처음으로 강간을 반인도적 범죄의 증거로 인정한 것은 1993년에 설립된 구 유고슬라비아 전범재판소였다. 구 유고슬라비아 내전 중에 일어난 조직적 강간·성노예·강제임신 등이 던진 충격의 결과였다.
'모든 형태의 여성차별철폐 조약'(아래 여성차별철폐조약)에 대한 선택의정서의 채택도 빠뜨릴 수 없는 성과다. 1979년 채택된 여성차별철폐조약은 여성인권보장의 이정표로 평가받아 왔다. 하지만 조약 가입국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도, 인권 피해자는 달리 호소할 길이 없었다. 이제 선택의정서가 채택되어 인권침해가 발생한 경우, 개인이 직접 유엔에 제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지난해 10월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선택의정서는 3월 현재 28개국이 서명한 상태다.
'약속'을 '실천'으로
이러한 제도적 성과 뒤에는 항상 차별과 폭력을 극복하기 위한 여성들 스스로의 노력이 있었다. 현재 전세계 여성들은 또 한차례의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올 10월 전 세계 각 국에서는 '세계여성대행진'이 열린다. 한국의 여성단체들을 비롯해 146개국 3천5백여 단체가 참가 의사를 밝힌 이 행사의 주제는 '빈곤과 폭력의 추방'이다. 이 속에서 여성들은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종식, 제3세계 부채탕감,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대표성을 요구한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여성의 빈곤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편 폭력의 추방을 위해서 이들은 여성차별철폐조약 및 의정서의 비준과 이행을 국가들에 촉구한다. 물론 국제형사재판소 법령의 비준 또한 빠지지 않는 요구다.
여성 인권 보장을 위한 '기준'은 충분히 존재한다. 정작 필요한 것은 '약속'을 '실천'에 옮기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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