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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사실이 드러나 강제출국을 위하여 서울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되는 이주노동자의 처우가 다소 개선될 전망이다.
지난 3월 8일 법무부는 '보호외국인 처우 개선방향'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그 주요골자는 첫째로 밀린 임금 또는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거나 사기 피해를 입은 이주노동자에 대하여는 법률상담 등 지원을 확대하면서 강제퇴거를 유보하거나 재입국을 보장한다는 것이고, 둘째로 외국인보호소 내 식생활·문화생활 등 처우를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그동안 불법체류라는 이유로 조선족을 비롯한 이주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인권마저 외면해온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이들에 대한 악덕기업주의 임금체불, 사기, 폭행 등을 사실상 묵인하는 결과를 낳았으며 또한 외국인보호소 내에서의 폭행과 열악한 처우를 조장해왔다. 사실 이번 '개선방향'은 이제까지 보호소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라면이나 빵, 그리고 오래 묵은 정부미로 끼니를 때우면서 TV 신문도 없고 옥외운동도 여의치 않은 인간 이하의 생활을 강요해왔음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서울외국인보호소 7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법무부가 제시한 '개선방향'을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그것은 아주 최소한의 조치이기는 해도 '진일보'임에 틀림없는 까닭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런 '개선방향'은 결국 미봉책에 지나지 않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정기간 체류한 이주노동자들을 끊임없이 새로운 이주노동자로 교체시키면서 그들에게 정착할 틈을 주지 않는 정책이 계속되는 한 불법체류자는 양산될 수 밖에 없으며, 임금체불 등 그 숱한 이주노동자문제가 결코 '개선방향'으로써 해결되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얼굴을 가진 한국사회를 열망하는 우리는 각계가 이번 법무부 조치의 한계를 뚜렷이 인식하면서 이주노동자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향해 더욱 확실한 목소리를 낼 것을 호소한다. 이주노동자들은 우리와 같은 권리를 가진 인격체로서 한국사회에 받아들여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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