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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손길이 고3인 청소년에게까지 뻗쳐 충격을 주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23일 박정훈 이화 외고 교사를 연행하고, 박 교사가 민혁당의 고교사업 담당자로 학생들에게 주체사상을 교육해 왔다고 주장해 왔다. 급기야 박 교사의 집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학생의 상담편지를 문제삼아 편지를 쓴 최 아무개 양을 2일 오후 2시 참고인으로 소환하여 주체사상 교육을 받았는지 여부를 밝혀내겠다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최 양의 편지는 '법대 진학을 바라는 집안 분위기와는 달리 자신은 선생님과 같은 교사가 되고 싶어 사범대에 진학하고 싶다'는 고민을 담은 일상적인 상담편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최 양을 소환하기 전에 최 양의 부모를 만나 '조사를 받고 문제를 털어 버려라'는 식의 출두 권유를 했고, 최 양 본인은 '선생님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나서겠다'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부모와 본인의 동의가 있다면 국정원의 참고인 조사에는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
하지만 최 양은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이기 때문에 조사 과정에 변호인이 입회할 수 없다. 정상적인 성인이라도 오금이 저릴 국정원 조사에서 사춘기 소녀가 홀로 받을 압박감은 상상하고도 남을 일이다. 또한 국정원의 지금까지의 수사 관행에 비춰볼 때 박 교사에 대한 기소 이유를 찾기 위한 강압수사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따라서 최 양에게서 어떤 진술이 나오든 이런 상황에서 나온 진술이 어떤 증거 능력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인권단체들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전교조 서울지부의 김재석 수석부지부장은 ""아이까지 이용하려는 무리한 수사에 교사로서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말했다. 또 30여 개 교육사회단체로 구성된 '소위 민족민주혁명당 조직사건 진상규명과 공안탄압 저지 대책위원회'는 ""제자가 보낸 편지를 근거로 학생을 참고인으로 조사하겠다는 것은 국정원이 서둘러 증거도 없이 박 교사를 연행하고 공소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해 무리하게 수사를 확대하려는 것""이라 비난했다.
이석태 변호사는 ""사춘기 소녀에 대한 이런 식의 조사는 두고두고 국정원의 수치이자 국정원을 괴롭히는 후유증으로 남을 것""이라 꼬집었다.
유엔 어린이 청소년 권리조약에서는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서 아동의 최상의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원칙 하에 피의자인 아동에 대해서 ""특히 그의 연령이나 주변 환경, 부모 또는 법정 후견인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의자도 아닌 참고인에 불과한 최 양이 처한 상황은 이런 고려에서 너무도 벗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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