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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신과 잡음이 계속되던 어느 날 문득 걸려온 전화에서 경찰의 비상소집 명령이 들린다면? 지난 10일 밤 성남에 사는 이미선 씨는 이런 황당한 경우를 당했다. 자신의 집에 걸려온 전화기에서 ""전 직원은 지금 비상이 걸렸습니다. 경찰서 직원은 경찰서도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비상소집 명령이 흘러나온 것. 특히 그때는 전화기에서 혼신과 잡음이 3일간 계속되던 중이었다.
그제서야 이씨는 자신이 감청을 당하고 있다는 의심을 품게 됐다. 감청장치의 오류로 경찰의 비상소집 명령이 자신의 집 전화로 걸려왔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처음엔 솔직히 전화를 받고 소름이 끼치고 무서웠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씨는 혹시 지난 6·13 지자체 선거 때 민주노동당 도의원 후보 성남시 제2선거구 사무장을 한 것 때문일까 생각도 해봤지만, 자신을 상대로 경찰이 감청을 했다면 그건 어느 모로 보나 정당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었다.
결국 이씨는 다음날 아침 전화국을 찾아가 발신지가 어디인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씨는 ""당 간부가 아닌 나도 감청을 당하는데 나말고 주요직에 있는 사람들도 감청될 것 아니냐""라며, ""또 이렇게 누구나 감청될 거라고 생각하니 발신번호를 알아내 대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감청 피해에 대한 대응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감청 사실 자체를 확인하기에 앞서, 자신에게 걸려온 전화번호를 알아내는 것조차 현행 제도 아래서는 불가능했다. 한국통신 쪽은 ""'발신번호표시서비스'를 신청하기 이전에 (고객에게) 발신번호를 알려주는 서비스는 없다""라고 잘라 말해, 이번 사건의 경우 발신번호표시서비스를 받을 수 없음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부 이용제도과 관계자는 ""그런 경우는 경찰에 수사의뢰를 요청하는 방법 밖에 없다""라고 답했다. 결국 이미선 씨는 20일경 성남남부 경찰서에 발신지 확인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이 발신지를 확인해 주더라도, 이것 자체가 감청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어서 이후 대응은 난망해 보인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제9조의2는 검사 또는 경찰이 감청을 집행한 사건에 관해 공소제기 등의 처분을 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감청 대상자에게 감청 사실을 서면으로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감청 사실을 통보받더라도 이는 이미 감청이 이루어진 이후여서, 감청 피해에 대한 구제책이 될 수 없다. 또한 경찰이 감청 사실을 통보하지 않더라도 감청 대상자가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위법한 감청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역시 없다.
결국 이번 사건은 수사기관에 의한 감청 피해에 대해 국민 개개인이 대처할 길이 사실상 없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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