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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 아래 의문사위)가 국가정보원(원장 신건, 아래 국정원)의 비협조에 대해 인내의 한계를 드러냈다. 1일 아침 11시 의문사위는 기자브리핑에서 오는 7일 아침 10시 국정원 자료보존실을 실지 조사해, 관련자료의 존재 여부를 직접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정원에 대한 의문사위의 첫 실지조사다.
지금까지 의문사위가 국정원에 요청한 자료 중 이번 실지조사에서 직접 확인이 필요한 자료는 10여 건이 된다. 여기에는 장준하 사건(진정 14호) 관련 '3국 존안자료', 이내창 사건(진정 20호) 관련 '임수경 방북 내사자료'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국정원은 자료가 없거나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의문사위의 자료협조 요청에 대부분 응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의문사위 황인성 사무국장은 ""진술자들의 증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봤을 때 관련자료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실지조사를 통해 (관련자료의) 존부 여부를 직접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또 관련성이 없다고 하는데, 그럼 어떤 자료가 관련성이 있는지 알기 위해서라도 자료목록을 직접 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의문사위 김준곤 상임위원은 지난 4월 29일 한상범 위원장과 함께 신건 국정원장을 면담한 내용을 소개했다. 당시 신 국정원장은 ""(의문사는) 당연히 밝혀야 됩니다. 협조 해야죠""라며, 그 자리에서 수사국장에 전화를 걸어 '의문사위의 조사를 위해 별도의 방까지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5월 중으로 장준하 사건 등 5건에 대해 실지조사를 약속했으나, 실지조사는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6월 하순경에는 의문사위 조남관 조사1과장이 국정원의 협조 아래 장준하 사건 인사기록 카드 등을 열람하다가, 국정원이 보관하고 있는 마이크로필름의 목록검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추후 다시 방문해 관련자료의 목록검색을 할 수 있도록 요청했으나, 이 또한 거부됐다. 김 상임위원은 ""국정원장 말을 신뢰하다 보니 시간만 지났다""라며, 국정원의 비협조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공보관실 김영진 직원은 ""자세한 사항은 잘 모르겠으나 지금까지 국정원은 (의문사위의 활동에) 적극 협조해 왔다""라고 답변했다. 또 의문사위의 실지조사와 관련해 ""아직까지 통보 받은 것이 없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라며, ""하지만 통보가 오면 적극 검토한다는 게 국정원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7일 의문사위의 실지조사에 대한 국정원의 대응이 주목된다.
한편, 이날 기자브리핑에서는 80년대 강제징집·녹화사업 피해자 집담회 결과 및 추후 조사계획이 보고됐다. 지난달 6회에 걸쳐 33명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집담회에 따르면, 녹화사업은 '특별정훈교육'이 아니라 강압적인 학생운동 탄압공작임이 드러났다. 82년 1월 5일 강제징집된 정모 씨는 승용차로 눈을 가린 상태에서 과천분실에 도착했고, 도착하자마자 혁대를 풀고 무수한 구타를 당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의문사위는 강제징집과 녹화사업의 전반적인 체계를 규명하기 위해 전두환 씨 뿐만 아니라 노태우 씨까지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전씨와 노씨는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을 차례로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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