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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학생들의 문제를 국내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국제사회에 호소하게 돼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국내의 민주적 성숙도가 이 정도 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니 자괴감마저 듭니다.""
「한총련 합법적 활동보장을 위한 범사회인 대책위원회」(상임대표 강만길 등, 아래 범사회인 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 정진우 목사는 침통한 목소리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23일 아침 10시 한국프레스센타 19층 기자회견장에서 범사회인 대책위는 한총련 이적단체 규정에 따른 인권침해를 유엔 '자유권위원회'(The Human Rights Committee)에 청원한 사실을 밝혔다.
청원자인 이정은 씨는 9기 한총련 대의원으로 지난해 8월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가입죄(제7조 1항·3항)로 구속·기소되어 같은 해 9월 28일 서울지법 동부지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후, 올해 5월 31일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확정 판결을 받고 현재 경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범사회인 대책위 법률지원단장인 이석태 변호사에 따르면, 3심에 이르는 법원판결의 핵심은 '한총련 강령은 북한의 주장과 유사하다, 결과적으로 한총련은 북한을 이롭게 한 이적단체다, 따라서 한총련에 가입한 이씨는 이적단체 가입죄에 해당한다'라는 것이다. 이런 논리에 따라 검찰과 법원은 이씨의 구체적인 활동을 문제삼지 않고 이씨가 단지 한총련 대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합리화했다.
이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제7조 1항·3항이 국제인권법 중 하나인 자유권규약상 사상·양심의 자유(제18조 1항∼3항), 표현의 자유(제19조 1항·2항), 결사의 자유(제22조 1항) 및 평등권(제26조)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국제인권법상 위 권리가 대한민국에 의해 침해됐음을 선언하고, 대한민국을 상대로 △국가보안법 제7조 1항·3항의 폐지를 명하고 폐지 때까지 조항의 적용을 유예하고 △재심을 통한 무죄의 선고와 피해에 대한 배상을 권고하며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결정을 번역·공표하고 법원에 통보할 것을 요청했다.
한편, 한총련 관계자는 7월말까지 탈퇴서를 쓰지 않은 10기 한총련 대의원 3백50명 정도에 대해 현재 소환장 및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라고 밝혔다. 또한 한총련 대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구속된 10기 한총련 대의원이 이번 달 들어서만 서울산업대 홍동희 총학생회장 등 3명에 이른다.
한총련 이적규정을 비판하는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안당국은 이적규정의 서슬퍼런 칼날을 가차없이 휘두르고 있다.
<해설> 청원제도란?
자유권규약 선택의정서에 따르면, '청원'이란 인권침해 피해자가 국내에서 이용가능한 구제조치를 모두 거친 후에도 피해구제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유엔 자유권위원회에 호소하는 제도다.
피해자가 자유권위원회에 청원을 하면, 자유권위원회는 피해자의 청원서와 침해당사국이 제출한 소견서, 그리고 추가적인 문서정보와 기타 조사 등을 통해 청원사건에 대한 최종견해를 채택한다.
이때 자유권위원회는 침해당사국에 적절한 구제방안을 권고하며, 침해당사국은 관행적으로 이에 대한 이행조치를 자유권위원회에 보고한다.
청원에 대한 자유권위원회의 구제조치는 법적 강제력 없는 '권고'에 불과하지만, 청원사건에 대한 인권적 잣대를 제시함으로써 침해당사국에게 도덕적 부담을 지우게 된다.
청원제도는 이 밖에도 고문방지협약, 인종차별철폐협약, 여성차별철폐협약에서 찾아볼 수 있고, 아직 발효되지 않은 이주노동자권리보호협약에도 명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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