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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노동에서 탈출하고자 했던 노동자들의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다. 대신 노동착취를 막아내는 일이 급선무로 떠올랐다. 노동부가 5일 발표한 '주5일근무제' 입법안은 실노동시간 단축은커녕 되레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내용을 뼈대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 입법안은 우선,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와 여성노동자 등에 대한 차별을 강화하고 있다. 입법안에 따르면, 사업장 규모에 따라 내년부터 2006년까지 주5일근무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취지 아래, 전체 노동자의 58.6%에 달하는 30인 미만 사업장을 사실상 주5일근무제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또한 생리휴가를 무급화 하기로 했다.
더욱이 노동자들의 실노동시간이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 나라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ILO 조사대상국 75개국 중 7번째로 길며(1999, ILO), OECD 국가들 중엔 가장 길다. 노동계는 연간 2천4백47시간에 이르는 실노동시간을 2천시간 이내로 줄이기 위해서는 법정근로시간의 단축과 더불어 △초과노동시간한도의 축소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휴일·휴가의 확대 조치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정부입법안은 오히려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함으로써, 실제 노동시간을 전반적으로 연장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경우, 97년 도입 당시도 불규칙한 장시간 노동 문제로 논란을 빚었던 것. 그런데 적용기간을 더 확대한다고 하자, 노동계는 ""성수기엔 '야간에도 불 켜놓고 알을 낳아야 하는 양계장 닭들'처럼 일해야 하는 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안에 따르면, 오히려 노동자의 건강 악화와 임금 삭감이 예견되고 있다. 더구나 주휴까지 무급화되면, 일급·시급으로 임금을 받는 비정규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더 크다.
이에 양대 노총은 5일 정부의 입법안을 '근로기준법 개악안'으로 규정, 공동투쟁을 통해 국회 통과를 저지키로 했다. 과연 정부가 노동자들이 원하지 않는 '근로기준법 개악안'을 '주5일근무제'란 미명 하에 통과를 강행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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