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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활이 너무도 마음에 들어 귀화를 결심한 외국인 B씨. 귀화심사를 거쳐 주민등록증을 만들기 위해 동사무소를 찾아간 그는 지문날인을 해야 한다는 말에 깜짝 놀란다. 그리고 주민등록번호에 자신의 생년월일 등 정보가 공개된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란다. 결국 B씨는 현행 주민등록제도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데….
이와 같은 가상의 상황을 전제로 지난 9일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모의헌법재판'에서는 지문날인과 주민등록제도의 위헌여부와 관련된 열띤 논전이 벌어졌다.
○청구인, ""생년월일, 성별, 출신지역이 숫자의 형태로 나타나는 주민등록번호는 필요이상의 개인정보가 노출되어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며,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기의 개인적인 정보를 표시하므로 자기정보통제관리권을 침해합니다. 또한 개인의 의사에 관계없이 강요된다는 점에서, 하기 싫은 행동을 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행복추구권도 침해합니다.""
●피청구인,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실제적으로 국민들의 신체, 재산 등에 침해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의 생년월일, 성별, 출신지역과 같은 정보는 그 정도에 있어서 과도하게 많거나 내용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수십 년간 효율적으로 운영되어온 주민등록번호 제도를 부인하는 것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장점을 포기하는 것으로 큰 혼란을 가져올 뿐입니다.""
○청구인, ""지문날인의 주목적이 범죄수사의 용이성을 위함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모든 국민을 예비범죄인으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됩니다.""
●피청구인, ""국민에게 지문날인을 강제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범죄로부터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라는 더 중요한 목적을 위한 필요 최소한의 제한입니다. 또한 지문날인을 했다고 해서 그 자체만으로 범죄인으로 추정하여 어떠한 불이익을 주는 것도 아닌 만큼 현실적으로 발생하지 않은 문제를 가정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양측의 설전이 끝나고 헌법재판관들의 위헌결정이 발표됐다. 아래 주문의 내용을 요약해 본다.
△헌법 10조는 행복추구권과 여기서 파생된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일반적 행동자유권에는 행동을 하지 않을 부작위의 자유도 포함된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지문의 채취를 강제하는 행위는, 설사 그 목적이 국가안보의 확보에 있다하더라도, 유전자 확보를 위해 전국민의 머리카락을 강제로 뽑는 행위나 강제 채혈을 하는 행위가 위헌인 것과 마찬가지로,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행위다.
△경찰청에서는 대형사고나 범죄수사 시에 신분의 동일성 확보를 위해 지문이 필요하다고 하고 있으나 씨랜드 참사와 같은 사고의 경우에도 지문을 활용하지 않고도 (유전자검사를 통해-편집자주) 이틀여 만에 어린아이들의 동일성을 모두 확인하였음을 고려할 때 이러한 수단 자체도 적합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경찰청이 전 국민의 지문정보를 모아 두고 이 중에서 범인을 색출하겠다고 하는 것은, 곧 전 국민은 유죄로 추정되고 범죄현장에서 채취한 지문과 다를 경우에만 무죄로 보는 것이다.
△주민등록번호는 각 개인별로 고유의 번호가 부여되어져야 할 뿐 그 번호에 개인의 신상정보까지 담겨져 있을 필요는 없다. 또한 주민등록증에 어느 정도의 정보를 수록할 필요가 있다하더라도 굳이 주민등록번호 자체에 정보를 담아 그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관리 통제할 수 없도록 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주민등록번호에 담긴 정보를 통해 경우에 따라서는 심각한 사생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지문날인제도 관련 법률조항들은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다. 이날 가상으로 내려진 위헌결정이 실제 어떻게 드러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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