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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3월, 전교조 조직표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전교조 서울지부 상설기구인 참교육실천위원회 내에 인권교육국이 만들어진 것이다. 16개지부, 2백52지회, 8천분회를 갖춘 전교조 조직표 내에 '인권교육'을 명패로 내건 단위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록 국원도 하나 없고 달랑 국장 혼자 신세지만, '천리길도 한걸음부터인데 뭐 어떠랴', 인권교육국장 홍의표 선생님은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인권교육국이 만들어진 배경은 단순해 보이면서도 복잡하다. 홍 선생님은 전교조가 주창해온 '민족·민주·인간화교육'이 새로운 세기의 교육이념이 되기 위해서는 '평화·인권·통일'이 그 내용이 돼야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한다. 논쟁거리도 되지 않고 지나쳤지만 '민족·민주·인간화교육'에 이미 모든 것이 녹아있다는 것이 전교조 내의 분위기라고 한다. 그렇다면 전교조가 현재 실천하고 있는 것이 모두 인권교육이라 할 수 있을까?
""고등학교 때 정성을 다해 만든 교지가 불허 당했어요. 저희를 생각해서인양 담당 선생님은 그냥 덮어두고 가자고 하셨어요. 그때 저는 나를 동등한 운동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죠"".
교육의 주체로, 교육운동의 주체로 학생을 인정하지 않는 교육현장에 분노하는 것은 홍 선생님이 일찌감치 경험한 데서 나온 결론이다. '나홀로' 국장이지만 홍 선생님이 꿈꾸는 것은 많다. 학교현장에서 인권교육이 인권적인 분위기에서 실현되는 것이고, 이를 위해 학교현장 인권실태를 조사할 계획이다. 서울지부 내 초등학교의 학부모·교사·학생을 대상으로 할 조사사업에 대해 홍 선생님은 전교조라는 조직이 있기에 가능하다라고 말한다.
홍 선생님 입에서 나오는 모든 건 아직 다 계획이다. 현장교사 위주로 인권실천사례집을 만드는 일과 겨울방학 직무연수로 '인권교육'을 계획하고 있다. 갈등해결교육이나 국제이해교육은 많이 있어왔지만 인권교육에 집중한 직무연수는 없었다고 한다. 또한 교육의 주체로, 교육운동의 주체로 학생을 인정하지 않는 '학생들과의 거리두기'를 극복하고 학생자치를 위해 지원하는 일도 염두에 두고 있다.
'학생인권을 옹호하다보면 교사들 사이에서 자신이 왕따가 된다'는 두려움을 깨고 열린 마인드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는 홍 선생님의 태도는 전교조 내 인권교육의 가능성일지, 드물고 돌출적인 발언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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