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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당국의 불법 도 감청 행위가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지난 10일 수원에서 한총련 수배자의 여자친구 자취방에 설치된 도청장치가 발견된 데 이어, 19일 민족통일애국청년회 구속자들에 대한 공판 과정에서는 검사가 도청 사실을 엉겁결에 털어놓기도 했다<관련기사 본지 1월 20일자>. 얼마 전 1심 재판이 끝난 영남위원회 사건에서도 경찰의 감청 자료가 주요 증거물로 제출된 바 있다.
“전화감 수시로 떨어져”
이 같은 도청행위에 대해 당국은 “영장을 발부 받은 합법적 감청” 또는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수원 자취방’ 사건에서 드러나듯, 당국의 불법도청은 매우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얼마 전 주요 인사와 사회단체에 대한 경찰의 사찰행위가 확인됨에 따라, 사찰의 주요 수단으로 불법도청을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한 사회단체 관계자는 “사무실 전화의 감이 갑작스럽게 떨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도청을 당하는 게 확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회단체 관계자도 “도청에 대한 의심은 있지만 물증이 없을 뿐”이라며 “단체 내부의 이야기나 중요한 이야기는 전화로 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도청에 대한 의심과 공포는 이미 사회단체들 내에선 만성화된 모습이다.
제도적 방지책 미흡
그러나 이 같은 도청행위를 근절하기엔 제도적 허점이 큰 것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도 감청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하지만, 개정안 역시 불법 감청을 제한하기엔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개정안은 문제가 되어 온 긴급 감청제도를 계속 유지하고 있으며, 불법 감청으로 인한 피해의 구제 등 감청남용을 방지할 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국회 법사위원회에 계류중이다.
발각돼도 수사 흐지부지
또한 도청 근절을 위한 당국의 의지도 찾아보기 어렵다. 실제 도청행위가 발각되더라도 그 관련자들이 색출돼 처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사건자체가 흐지부지 종결되기 마련인 것이다.
지난 95년 9월 한국노동정책이론연구소의 옥상 단자에서는 1층 창고로 연결된 도청기가 발견됐다. 이에 따라 관할 경찰서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가는 등 부산을 떨고, 문제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논의되기도 했지만 사건은 해결되지 못했다.
또 96년 8월 대전 범민련 사무실 전화 단자함에서도 도청장치로 추정되는 부착물이 발견됐다. 이에 범민련 관계자들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지만, 이 사건 역시 슬그머니 종결됐다.
한편 수원 도청장치 발견사건과 관련, 민주주의민족통일경기동부연합 회원들은 20일부터 연일 경기도경찰청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기동부연합은 “이번 사건은 아직도 평범한 국민들이 국가기관에 의해 감시 받고 있다는 불안감을 다시 한 번 불러일으키는 사건”이라며 “명확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경찰의 재발방지 약속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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