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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 동의대생이 공안기관에 의해 납치돼 9시간 동안 불법 구금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컴퓨터통신을 통해 폭로된 이번 사건은 부산지역 보안수사대의 ‘작품’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음은 피해를 당한 동의대 김선우(영문과 92학번, 학원자주화추진위원장) 씨의 진술을 토대로 구성한 사건 개요며, 이는 공안세력이 여전히 불법 인권유린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 지난 1월 30일 오전 7시, 김선우 씨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중 느닷없이 나타난 두 남자에 의해 강제로 승용차에 태워졌다. 두 남자는 김 씨의 눈을 가린 채 40여분 동안 이동했고, 일행이 도착한 곳은 창고 비슷한 건물이었다.
▶ 그로부터 1시간 뒤, 김 씨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너도 한사모(한총련을 사랑하는 모임, 98년 12월 동의대생 3명이 이 조직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구속됨) 조직원이지?”(수사관) “작년에 친구들이 잡혀가면서 처음 들어본 조직이다. 조직체계도를 갖고 있다면 내 이름을 확인해볼 수 있지 않은가?”(김 씨)
수사관들은 두꺼운 서류뭉치를 들고 와 살펴보더니 “이름이 없다”고 말했다. 이후 수사관들은 김 씨에게 구속된 학생들과의 관계를 계속 캐묻다가 조사를 중단했다.
▶ 오전 11시경, 김 씨에 대한 조사가 재개됐다.
“너 한총련 대의원이지?”(수사관) “나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회장도 아닌데 어떻게 대의원이 될 수 있는가?”(김 씨) “봐라 너희 학교는 학자추장(학원자주화추진위원장)도 대의원이 아니냐?”(수사관) “어디에 학자추장이 대의원으로 표기되어 있는가?”(김 씨)
수사관들이 들고 온 책자엔 ‘간선직 대의원 2인’이라는 문구만 있을 따름이었고, 수사관들은 더 이상 김 씨를 추궁하지 못했다.
▶ 오후 12시 20분경.
“한총련 탈퇴서다. 써라.”(수사관) “내가 가입하지도 않은 조직의 탈퇴서를 쓰라는 것은 외국민이 우리나라의 국적을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쓰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김 씨)
수사관들은 이번에도 말문이 막혔다.
▶ 오후 2시 30분경.
“지난 00일 00집회에 간 적이 있는가”(수사관) “없다.”(김 씨) “증거를 가지고 있다. 사진이랑 다 있다. 시치미떼도 소용없다.”(수사관) “사진이랑 자료를 보여달라.”(김 씨)
자료를 제시하지 못한 수사관들은 이어 합법집회 참석 여부까지 추궁하고 나섰다.
▶ 오후 4시경. 별다른 혐의를 찾지 못한 수사관들은 김 씨의 두 눈을 가린 채 다시 승용차에 태우고는 김 씨를 집 근처에 데려다놓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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