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기고> 체벌옹호는 강자의 논리
내용
"“한국사회에서 가장 힘이 약하고 가장 억압받는 집단은 어떤 집단일까요?” 만약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청소년”이라고 답할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청소년에 대한 억압은 오래 전부터 너무나 심각한 단계에 와 있다. 청소년에 대한 억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하고 심각한 억압은 바로 체벌이다. 체벌옹호자들은 교육을 위하여 체벌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교육이라는 목적이 체벌이라는 폭력적 수단을 정당화시켜 줄 수 없기 때문에 이 논리는 명백히 잘못된 논리다. 

교육을 위해 체벌을 한다는 얘기 자체부터 말이 안 된다. 왜냐하면 체벌 자체가 반교육적이기 때문이다. 체벌의 확실한 효과는 폭력 가르치기다. 맞고서 자란 사람은 폭력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때리는 법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니, 이것이야말로 얼마나 반교육적인 일인가? 영화에서 조금이라도 폭력적인 장면이 나오면 청소년 관람불가로 만들어버리는 체벌옹호자들이 폭력을 확실하게 가르치는 체벌에 대해서는 교육상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니 이는 명백한 모순이다. 


체벌은 폭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체벌이라는 비인간적 행위가 아직 한국사회에서 지속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청소년은 제일 힘없고 만만한 집단이기 때문이다. 청소년이 힘이 없다는 것이 체벌문제의 본질인 것이다. 사실 처음부터 한국사회는 약한 계층인 청소년을 다루는 데 있어 수단의 정당성이나 인권을 고려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밤 시간대의 청소년 범죄율이 급증했다고 치자. 만약 이렇다면 한국사회는 과연 어떤 조치를 강구할까? 아마 청소년에게 야간통행금지령을 내리거나 적어도 심각히 고려할 것이다. 물론 이때 청소년의 인권은 별로 고려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는 밤 시간대의 성인 범죄율이 급증했다고 치자. 이때는 어떤 조치가 내려질까. 장담하건대 청소년의 경우처럼 야간통행금지령이 내리거나 고려되지는 않을 것이다. 인권침해 우려가 있으니까…. 근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청소년과 관련된 문제의 해법은 인권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데, 성인과 관련된 문제의 해법은 왜 인권을 고려해야 할까? 성인은 나이가 많으니까? 

체벌은 결국 철저한 힘의 논리에 의한 청소년에 대한 폭력에 불과하다. 폭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체벌옹호자분들은 교육상 청소년에 대해 체벌이 불가피하다면 성인들 먼저 체벌로 다스리기 바란다. 맞을 짓은 성인이 더 많이 하는데 왜 청소년만 맞나?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가? 아무쪼록 한국사회에서 하루 빨리 체벌이 사라지기를 바랄 뿐이다. 

이동욱(경희대생, 서울 중랑구 중화동)"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03028
생산일자 1999-02-10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이동욱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정기간행물
분류1 인권하루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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