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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 우리 정부가 ‘난민지위에 관한 국제조약’(난민조약)에 가입하고 94년 출입국관리법을 손질한 이래, 현재까지 한국정부에 난민 인정을 신청한 외국인은 모두 51명에 달하지만, 그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법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난민 인정을 신청한 외국인 51명 가운데 42명은 거부를 당했고 9명에 대해서는 심사가 진행중이다.
현재 난민 인정 심사를 받고 있는 외국인 가운데엔 지난 1월 중순 관광객으로 입국했던 중국인 서파(38) 씨도 포함되어 있다. 서파 씨는 중국에서 『홍색파쇼』라는 책을 저술했다가 적발되자 박해를 우려해 한국으로 도피했고, 현재 외국인노동자센터에 머물며 난민인정협의회(법무부 등 7개 부처 참여)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 파키스탄인 알리 키르마니 씨는 자국 내에서 이슬람 종파 간의 갈등과 테러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97년 한국에 입국했으며, 곧 난민 신청을 접수할 예정이다. 키르마니 씨는 “고국에서 도저히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다”며 “한국에서 나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정부에 의해 난민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은 미미하다. 난민에 대한 한국정부의 입장이 너무 고자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난민신청을 냈던 아랍인 J씨는 “박해의 내용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난민 인정을 거부당했다.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이유 때문에 자국으로부터 박해를 받고 있는 J씨는 합법체류 기간이 끝나는 오는 5월이면 강제출국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와 관련, 법무부 입국심사과의 김판준 계장은 “난민 신청자들이 박해의 내용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난민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신청자 대부분은 불법체류자들로서 한국에 좀 더 머무르려는 수단으로 난민신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찬운 변호사는 “본인이 박해의 내용을 증명하는 데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법무부의 입장대로라면 국제적으로 유명한 사람들만 난민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의 박천응 목사도 “국내에 이미 들어와 있는 사람도 수용하지 않으면서 중국의 탈북자 수용자세만 문제삼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라고 말했다.
<국제조약에서 말하는 난민>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거나 그러할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공포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자…’ (난민조약 제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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