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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밭도 아닌데 지뢰가 있더군요. 콩 밭에서 일하는데 갑자기 지뢰가 터진거예요. 나뭇가지를 꺾어 바지가랑이를 끌어다가 지혈을 했어요. 옷은 모두 찢겨 나가 알몸인데 마을까진 2Km 자갈밭을 기어 나와야 해요. 그러다 죽겠다 싶어 풀밭으로 기어 군부대 쪽으로 갔지요. 거기서 소독약만 바르고 12시간이 지나서야 수술을 할 수 있었어요.” 경기도 연천군 두현리에 살고 있는 김일복 씨(66세)는 3년 전 발목이 잘려나가는 변을 당했다.
24일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대인지뢰 피해자들은 대부분의 지뢰사고가 김 씨의 경우처럼 지뢰밭이 아닌 곳에서 발생한다고 증언한다. 하지만 정부는 지뢰사고에 대한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기 일쑤다. 김일복 씨에게 군은 “북한지뢰에 의해 다쳤으니 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거짓말을 하며 후속조치는커녕 오히려 피해자들을 협박하기까지 했다. 국가를 상대로 2천만원 정도의 배상을 받았지만 평생 불구로 살아야 하는 김 씨에겐 정신적 물질적 보상이 될 수 없다. 그나마 이 지역 피해자 21명 중 국가 배상을 받은 경우는 김 씨 뿐이다.
피해자들은 또 국가가 지뢰 제거에 대해서도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것을 지적한다. 24년 전 밭을 개간하다 사고를 당한 장동용(63세, 강원도 철원군) 씨는 “허가만 해주면 우리라도 지뢰를 제거하겠다”고 한다. 어떻게 지뢰를 후대에까지 물려줘 자손들을 ‘병신’만들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사례 발표 후 정부에게 △대인지뢰금지협약 가입 △후방지역 대인지뢰 매설현황, 유실현황, 제거방안 공개 △민간단체와 같이 실태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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