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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은 과연 인권대통령으로서의 의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30일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는 법무부가 제출한 인권법안을 의결, 다음달 초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지난 22일 법무부와 국민회의가 기습적으로 합의발표한 인권법 최종안에 대해 민간단체들이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지만, 결국 법무부의 의도대로 법안이 확정되기에 이른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 25일 법무부 국정보고 자리에서 김 대통령은 박상천 법무부장관에게 △국무총리의 인권위원 추천시 법무부장관과의 협의절차 재검토 △인권위 설립위원 위촉시 법무부장관의 개입 절차 재검토 △민간단체들의 의견을 다시 한 번 수렴할 것 등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무부장관은 민간단체와의 협의를 진행하지 않은 채 원안대로 인권법안을 25일 차관회의와 30일 국무회의에 상정시켰고, 국무회의 과정에서 “인권위원 추천시 국무총리와 법무부장관의 협의”에 대한 조항만 삭제된 채 법안은 통과됐다.
이는 당초 김 대통령이 지시한 “민간단체와의 협의” 절차를 전적으로 무시한 것으로 결국 박상천 장관은 김 대통령의 지시에 항명한 셈이 된다. 여기서 관심을 끄는 것은 박 장관의 항명에 대한 김 대통령의 입장이다. 박 장관의 항명을 대통령이 질책하지 못한 것이라면, 김 대통령이 부하 관료들에게 ‘영’을 세우지 못할 만큼 허약한 지도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만일 항명을 묵인한 것이라면 김 대통령에겐 당초부터 ‘인권위’를 전시용 또는 이미지 제고용으로밖에 생각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의 손을 떠난 인권법안은 국회에서 재논의 절차를 밟게 됐다. 그러나, 대부분 검사 출신의 국회의원이 포진한 국회 법사위에서 법무부 안이 뒤바뀔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로 약체 인권위가 설립될 가능성이 점차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권대통령’을 자칭해온 김대중 대통령이 ‘인권’을 자신의 ‘이미지 관리용’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진정한 인권신장의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인지 판가름 해볼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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