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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5일 실시 예정인 '초등3년 전체학생 대상 기초학력 진단평가'.(아래 전집평가) 교육부는 '국민 기초능력 보장' 차원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에서의 기초학력 부진학생 판별 및 지도를 위해 국가차원의 일괄적인 평가도구 및 판정기준을 적용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전집평가는 읽기, 쓰기, 셈하기 영역에서 기초학력을 평가하고, 평가 결과 기초학력 '부진학생'에 대해 보충교육을 실시한다. 이때 평가는 합격/불합격 여부만을 판정하되, 불합격자에 대해선 부진의 정도를 기술한 결과를 덧붙인다. 하지만 교육청별 학교별 개인별 서열은 산출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교조 등 사회단체들은 전집평가가 점수경쟁, 학교간 서열화, 사교육 증대 문제를 낳는다고 주장한다. 비록 서열을 산출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평가 결과 불합격된 학생들의 통계가 학교간에 비교되면서 이들의 수를 줄이려는 경쟁이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폐단은 논외로 하더라도, 전집평가가 부진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른 학생들에 비해 기초학력이 부진하다면, 그 이유는 개인의 학습능력, 가정환경, 교사의 열의, 교육시설의 구비정도 등 다양하다. 평가 당일의 신체적 정신적 상태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한 차례의 획일적인 평가는 이러한 다양한 요인을 완전히 무시한다. 따라서 전집평가는 이미 부진학생 판별기준으로서 그 타당성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또 부진의 이유에 대해 아무런 분석도 하지 못함으로써, 점수가 낮은 학생들 모두를 부진학생으로 낙인찍는 결과만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모든 국민들이 기본적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배움의 기회를 갖는 것은 인권의 문제이며 국가의 책무다. 따라서 국가가 부진학생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이때 부진학생을 판별하는 것은 과제물, 관찰 상담, 시험 등 다양한 평가를 수시로 시행할 수 있는 일선학교 담당교사의 몫이다.
2001년 공립초등학교 교사 수는 법정정원과 비교해도 8천4백여 명이 부족하다. 게다가 급식지도, 생활지도, 공문처리 등 교육 외적인 업무부담 또한 교사들에겐 심각하다. IMF이후 교사 1인당 학생수은 늘어나고 있는 반면, 교과전담교사 확보율은 줄어들고 있다.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부진학생들을 제대로 교육하기란 더욱더 어렵다. 부진학생의 학습권은 아이들 성장속도의 차이를 고려해 그에 맞는 개별적인 교육을 강화할 때 비로소 보장된다. 교육환경에 대해선 일언반구하지 않으면서, 부진학생 기초학력 증진을 명분으로 전집평가만을 고집하는 교육부의 모습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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