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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6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의 주요 쟁점이 타결됐으며, 18일부터 20일까지 제네바에서 열리는 양국 간 6차 협상에서 협정문에 합의할 전망이 높다고 밝혔다. 쟁점은 칠레산 농산물과 한국산 공산품에 대한 무관세의 범위였다. 양국이 합의한 주요 내용은 △칠레산 사과와 배 그리고 한국산 냉장고와 세탁기를 각각 상대국에서 무관세의 예외로 하고 △칠레산 포도는 계절관세를 부과하되 매년 관세를 낮춰 10년 안에 철폐하는 것. 이밖에 칠레측은 복숭아 단감 키위 감귤 등에 대해서도 10년 안에 관세를 없앨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갖는 의미가 과연 무엇인지 전국농민회총연맹(회장 정현찬, 아래 전농) 이호중 정책부장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농민들에게 미칠 피해는? 칠레의 과실 가격은 우리나라의 4분의 1 내지 20분의 1 정도로 싸다. 칠레의 싼 과실들이 무관세로 수입될 경우 과실 가격이 크게 폭락하면서 농민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된다. 농촌경제연구원이나 농협조사부가 추정한 피해액만도 2조원 가량이었다.
◇사과와 배는 무관세에서 제외된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안전한 게 아니다. 2000년에 미국산 오렌지 한 품목이 싸게 들어온 것만으로도 과일 채소류 전반이 폭락했다. 예를 들어 만약 포도 가격이 폭락하면, 포도 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다른 작물로 전환하게 되고 그 작물이 많이 생산되면 또 다시 가격이 폭락하고 이런 악순환을 거치면서 농촌이 파탄나는 거다.
◇한-칠례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갖는 또다른 위험성은? 칠레 농업은 돌, 유니프루티 등 미국계 다국적 청과기업이 전체 수출물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과실을 관세 없이 수입하는 폭이 커진다면 미국이나 호주 등 다른 농산물 수출국들도 우리나라에 동등한 대우를 요구할 것이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 칠레 민중들에겐 어떨지? 2000년도 말에 칠레의 금속산업노조연맹과 섬유산업노조연맹이 한국의 막강한 공산품들이 홍수처럼 밀려들어오게 되면 칠레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며 연대하자는 공문을 전농에 보낸 적이 있다.
◇서민들에겐 과일을 값싸게 먹을 수 있으면 좋은 게 아닌지? 처음에는 가격이 싼 게 좋을지 모르지만, 일단 다국적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고 나면 가격을 좌지우지 할 것이다. 일례로 94년도에 일본에서 쌀 흉년이 들었을 때, 다국적 곡물기업들은 쌀 가격을 3배까지 올렸다. 게다가 오래 배를 타고 오기 때문에, 농약을 많이 쳐 안전성에 문제가 많고 건강에 안 좋다.
◇앞으로 전농의 대응은? 한 칠레 양국이 협정 체결을 강행할 경우, 국회 비준을 저지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다. 11월 13일 농민 30만명이 참여할 농민대회의 주요 목표 중 하나도 한-칠레 자유무역 협정 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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