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주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현수막을 걸 수 없도록 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4특별부(재판장 이홍훈)는 지난 4일 “춘천시가 현수막의 내용이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제5조 제2항에서 규정한 금지광고물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민주노총 강원본부(아래 강원본부)의 현수막 게시 신고 수리를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라고 판결했다.
춘천시는 지난해 2월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라’는 내용이 ‘공중에 대한 위해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옥외광고물관리법의 취지와 국가보안법에 배치되는 내용으로 …금지광고물에 해당’한다며 강원본부의 현수막 게시 신고수리를 거부했다. 이에 강원본부는 춘천시를 상대로 이러한 처분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번 판결은 “국가안보 등과 비교해 그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도 있다”며 소송을 기각했던 1심 재판부(춘천지법, 재판장 이헌섭)의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본지 2월 1일자> 항소심 재판부는 “법률의 제 개정 및 폐지에 관해 의견을 표시하는 행위는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며 “국보법의 폐지를 주장하는 행위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금지된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을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돼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광고물 내용으로 부적합한 금지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옥외광고물 관리법 제5조 제2항과 관련 “언론 출판에 대한 사전허가나 검열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 광고물의 표현이 외관상 명백히 그 조항이 금지하는 내용을 표시하고 있을 때에만 광고물의 표시 설치를 불허가하거나 신고불수리할 수 있는 사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 사건 현수막의 내용은 이러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옥외광고물 관리법 제5조 제2항은 △범죄행위를 정당화하거나 잔인하게 표현하는 것 △음란 또는 퇴폐적 내용 등으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 △청소년의 보호 선도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것 △기타 법령의 규정에 위반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광고물을 금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