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병원비 독촉에 전셋집 내놔
내용
"박명원(54) 씨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퀭한 두 눈은 몇 시간이 지나도록 천장에서 떠날 줄 몰랐고, 동상에 걸린 발은 발가락부터 조금씩 썩어들어 간 상태였다. 오늘로 뇌사상태에 빠진지 24일째.

""무의식 중에라도 움직이면 안된다고 저렇게 침대에다가 양손을 묶더라고. 목구멍에 꽂아 놓은 호스라도 빠지면 저 세상 사람이거든. 수요일엔가 산소호흡기를 뺐는데, 의사는 여전히 소생이 어려울 것 같다고 그러네"" 가끔 들리는 가래 섞인 거친 숨소리에서 남편이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부인 임영화(49)씨.

임 씨가 2년 전 살던 집에 불이 난 후 오고간단 소리도 없이 집을 나갔던 남편의 소식을 전해들은 건 지난 6일의 일이었다. 아들이 울먹이며 아빠가 병원에 있다고, 숨도 안 쉰다고 연락을 해온 것. 그 길로 유일한 밥벌이 수단이던 호떡좌판조차 내팽개치고 아주대 병원으로 달려왔건만 남편은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겨우 숨만 쉬고 있을 뿐 이미 정신을 놓아 버린 뒤였다. 남편이 집을 나간 후 험한 세상살이를 했을 거라 짐작했지만 식당에서 핸드폰을 훔쳐 감옥에 가게되고 그것도 모자라 징역살이 두 달여 만에 처자식도 못 알아보는 반송장이 되어 돌아올 줄이야, 임 씨는 그 당시 하늘이 무너져 앉는 줄 알았다고 했다.

""병원에 왔을 때만해도 교도관 양반들에게 고맙다고 생각했지. 사람 아프다고 병원에다 데려다 준 게 고마워서. 근데 그거 아니더만. 함께 있던 재소자들이 그러는데 구치소에서 첨부터 혼자 앉아있지도 못하고 똥오줌도 못 가릴만큼 상태가 안 좋았다고 하더라구. 근데 아무 약도 안주고 피부약만 줬다나? 그 사람들이 사람 잡은 게 아니고 뭐요"" 흥분된 임 씨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임 씨는 요즘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고 했다. 죽어 가는 사람을 앞에 두고 구치소 측이 죄송하다고 용서를 빌어도 시원찮을 판에 책임이 없다며 되레 큰 소리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법무부는 한술 더 떠 '소생 불가능한 사람에게 마냥 치료비를 대줄 순 없다며 치료비를 받고 싶다면 알아서 결정하라'고 말하고 있다.

어제 5백여만에 달하는 병원비 독촉에 방을 복덕방에 내놓았다는 임 씨는 ""방 한 칸 없이 노숙자 생활을 해도 이렇게 물러서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정당국의 사과는 물론 남편의 병원비 역시 반드시 받아내겠다는 것. 스산한 겨울 바람 뒤로 임씨의 눈에 촉촉히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00324
생산일자 2002-02-01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유해정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정기간행물
분류1 인권하루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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