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진영종의 인권이야기
내용
"세상에는 진실을 감추려는 사람과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 사이의 싸움이 늘 있어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세상이 진실을 밝히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를 독점하려는 사람들과 정보를 공개하려는 사람들의 싸움도 꼭 같은 것이다. 글자를 아는 자들이 글자를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정보와 지식을 독점하여 권력을 유지해 온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에는 어떤 형식으로든 정보를 독점하고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진실을 밝히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은 매우 간단하다.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이 이기면 세상은 밝아지고, 진실을 감추려는 사람들이 득세하면 세상은 그만큼 어두워지는 것이다. 현재 우리사회는 어두운 세상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밝은 세상으로 나아갈 것인가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건강했던 사람이 등산을 갔다, 발을 헛디뎌 죽었다”. “어떤 사람이 중앙 정보부에서 조사를 받다가 정신적인 고통을 이기지 못해 자살을 했다”. “건장한 젊은이가 군 생활을 이기지 못해 총기를 사용하여 자살하고 말았다”. “어떤 사람이 경찰에 쫓기다가 밤에 저수지 근처를 지나다 실족하여 익사하고 말았다”. 우리는 그 동안 무수한 죽음을 보아왔다. 한, 두 문장으로 간략하게 설명을 단 죽음을 너무나 많이 목격해왔다. 한, 두 문장의 설명이 전부였다. 더 알려고 해서도 안되고, 더 알 수도 없는 시대임을 그대로 증명하는 사건들이었다.

이제 알고자 할 수 있고, 알 것은 알아야만 하는 시대이다. 우리는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생겨났을 때 모든 감추어진 진실이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진실을 감추려는 자들의 일방적 독주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 자체가 너무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진실을 밝히자면 많은 권한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권한이 주어진다는 사실은 진실을 감추려는 세력과 밝히려는 세력이 균형을 이루면서 세 싸움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하나의 목표이다. 당장에는 이루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진실이 밝혀지기를 원한다. 그렇기에 진실을 밝히려는 첫 걸음인 어둠의 세력에 제동을 건 장치는 결코 풀 수 없는 것이다. 진실을 감추려는 자들의 일방적 독주에 제동을 건 신호였던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은 그렇기 때문에 계속되어야만 한다. 어두운 무리들의 독주에 건 제동을 걸 수 없다는 것은 어둠 속의 한줄기 빛을 앗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을 지속하는 일에 나서지 않는 현재의 국회의원들이 왜 그랬는지도 훗날에는 반드시 밝혀지고 말 것이다. 국회의원들도 결단을 해야된다. 어둠의 속으로 들어갈 것인지, 아니면 밝은 개명천지에서 살아갈 것인지를!
           
(진영종, 성공회대 영문학과 교수)"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03241
생산일자 2002-10-28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진영종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정기간행물
분류1 인권하루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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