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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검 피의자 조모 씨 고문치사 사건을 계기로, 반인권적 수사관행을 뿌리뽑기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피의자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가혹행위는 잘못된 수사관행이 배태해 온 예고된 비극이기 때문이다.
자백 위주의 수사관행은 그 근본적 원인으로 꼽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최병모)은 4일 발표한 성명에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가 … 사실상 법원에서 범죄를 증명하는 유력한 증거로 채택되고 있는 현실에서 검사로서는 피의자의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유인이 충분히 존재한다""며 ""자백 위주가 아닌 증거확보 위주로 수사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불행한 사태가 재발될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도 지난 달 15일 활동보고서에서 ""자백의 획득에 경주하다 보면 강압수사로 치달을 수 있고, 이는 자연스럽게 피의자의 인권침해로 이어진다""고 밝힌 바 있다.
밤샘조사 역시 이번 기회에 확실히 근절돼야 하는 잘못된 관행. 이번 사건에서 조 씨는 숨지기 전날 밤부터 밤샘조사를 받고 있었다. 의문사위 박래군 조사3과장은 ""밤샘 조사가 계속되는 한 고문은 뿌리뽑히지 않는다""며 ""또한 밤샘조사 그 자체가 고문이라는 점을 확실히 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검찰의 수사관행이 스스로 개선되길 기대할 수 있을까? 한상희 교수(건국대 법대)는 ""검찰은 윽박지르고 패는 대신, 수사기법을 과학화할 능력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며 ""외부에서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검찰에 대한 이같은 불신은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 일례로, 이미 93년 당시 김도언 검찰총장은 취임 직후 수사 과정 중의 폭행은 물론 철야 수사와 같은 간접적 폭력도 금지할 것을 지시한 바 있으나 그 이듬해 1월 당시 인천지검 안희권 검사는 피의자를 폭행, 갈비뼈를 부러뜨려 독직폭행 혐의로 인권단체에 의해 고발됐고 이후 감봉조치를 받았다.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98년 6월에도 창원지검 형사1부 김모 검사실에서 검찰 직원들이 피의자의 얼굴을 때리고 의자로 내리치는 등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 사법연수생이 폭로한 바있다.
수사제도의 개선을 위해 한 교수는 우선 ""피의자 신문 과정에 변호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모든 피의자가 변호인을 동석시킬 순 없겠지만, 검찰 수사에 공식적인 감시자가 생기는 것이어서 잘못된 관행이 그대로 유지될 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피의자 신문시 변호인의 참여권을 명문화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검찰은 대검찰청 예규를 근거로 피의자 신문 시 변호인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한 교수는 ""검찰에 대한 또 하나의 견제는 판사들이 해야 한다""며 ""법원은 자백의 증거능력을 엄격히 제한해, 수사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주장이 있으면 그 땐 자백을 증거로 채택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과장 역시 ""무리하게 받아낸 자백만으론 소용없다는 것을 법원이 보여줘야 검찰 스스로 증거에 기반한 과학적 수사기법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93년도 당시 안기부에 의한 고문 피해자인 김삼석 씨는 ""이제껏 고문 행위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했기 때문에 검찰이나 경찰, 정보기관이 인권에 대해 무감각하고 고문이 끊이지 않는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문과 같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의문사위의 수사제도 개선 권고 중>
22-1. 피의자 신문 시 변호인 참여권을 법률에 명문화한다.
23-1. 피고인이 수사기관의 위법·부당한 행위를 이유로 자백의 증거능력 배제를 요청하면, 검찰은 사유 없음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23-2. 피고인이 특히 수사기관의 가혹행위를 이유로 자백의 증거능력 배제를 요청하면, 법원이 직권으로 증거조사를 하여야 한다.
23-3. 법원은 자백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주장이 제기되었음에도 자백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판결을 선고할 경우, 그 주장을 배척하고 증거능력을 인정한 근거를 판결에 명시적으로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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