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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저녁 6시 30분, 서울 명동 전진상 교육관에서 뜻깊은 모임 하나가 출범
했다.
92년 이른바 '남한조선노동당사건'(민족해방애국전선)에 연루돼 구속된 후, 7년째 감옥에 갇혀 있는 최호경(43 전주교도소) 씨의 석방을 위한 모임이다.
노동자 출신의 양심수로서 남한조선노동당사건 연루자 가운데 조덕원 씨와 함께 단 둘만 감옥에 갇혀 있는 최호경 씨는 지난 2월 25일 특별사면 때 준법서약서를 제출했지만 석방되지 못했다(무기에서 징역 20년으로 감형).
지난해 8월 준법서약서가 처음 도입될 당시 준법서약 제출을 거부했던 최호경 씨가 이번에 준법서약서를 제출한 것은 하나뿐인 아들 민혁(14)의 간절한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는 강용주, 조상록 씨등 준법서약서를 제출하지 않은 양심수를 석방하고도 최 씨만은 고집스럽게 감옥에 남겨두었던 것이다.
'최호경 석방추진위원회'의 공동대표를 맡은 이해학 목사는 ""준법서약서를 제출하면 석방한다고 했던 국가가 결국 사기를 친 것""이라고 이를 비난했다.
최호경 씨와 함께 구속돼 3년간의 옥고를 치렀던 최진섭(전 말지 기자) 씨는 △준법서약서를 제출하고도 석방되지 못한 것은 법 앞의 평등에 어긋나며 △최호경 씨의 행동은 사상 양심 신앙의 자유에 따른 것이었고 △그와 가족들이 겪은 고통은 7년의 세월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제 최호경 씨는 석방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낙중(전 민중당 공동대표), 황인오 씨는 이미 석방된 상태다.
가족의 고통, 이제 그만
이날 석방추진위 출범식에는 누구보다도 몸고생 마음고생을 겪어온 최 씨의 아내 황선희 씨가 참석, 7년간의 아픔을 하나하나 털어놓았다.
""날씨가 좋을 때도 날씨가 나쁠 때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해마다 사면 때가 되면 뉴스를 보지 않으려고 애썼고, 아들하고도 서로 눈치만 보며 하루가 빨리 가기를 바랬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황 씨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텔레비젼을 보다가도 문득 남편이 어떤 말을 하게될지 상상하게 된다""는 황 씨는 ""다음 사면 때 남편을 꼭 만날 수 있도록 힘써달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봉제공장 미싱 일로 근근이 아들과의 생계를 꾸려온 황 씨는 요즘 일감마저 떨어져 더욱 곤궁한 형편에 처해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줄곧 노동운동에 투신해왔고, 90년대 들어 통일운동에 앞장섰던 최호경 씨는 98년 8월 한 신부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유롭고 싶은가? 그렇다면 너는 조국의 자유를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자신을 향해 묻고 있다고 밝혔다.
신광수 손성모 씨(이상 남파사건)를 제외하고 최장기 양심수에 해당하는 최호경 씨. 그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각계의 도움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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