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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대만 남아있는 집 주위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표정의 철거민들과 이들을 바라보며 비아냥거리는 젊은 용역원들의 모습이 교차한다. 그리고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지붕을 뭉개는 포크레인의 발톱은 서늘하기만 하다.
8일 정릉4동 철거현장. 전경버스 10여대가 늘어서 있고 길목마다 전투경찰이 겹겹이 에워싼 가운데 철거민들은 자신의 집이 무너지는 소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간간이 철거반을 향해 ""니그 집도 언젠가 철거될 때가 있을 것이다. 이 나쁜 놈들아!""라고 악담을 하는 것이 철거민들의 유일한 저항이었다.
지난해 11월 김대중 대통령은 강제철거를 인권침해 행위로 인정, '자신이 대통령으로 있는 한 더 이상의 강제철거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경찰병력의 지원 속에, '도시재개발법, 행정대집행법, 자연재해대책법' 등 허울좋은 법 집행의 미명아래 자신의 집이 뭉개지는 광경을 바라보던 한 철거민은 ""허울좋은 국민정부가 철거민을 다 죽인다""고 외쳤다.
지난 5월 25일 성북구청은 정릉4동에 남아있는 12세대 철거민들에 대해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집 대문에 붙이고 사진을 찍고 돌아가는 것으로 법적 절차를 마쳤다. 그리고, 8일 오전 8시 30분경 전경 3개 중대 600여명이 둘러싼 가운데, 조합 측에서 고용한 용역 500여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철거민들의 영장요구를 무시하며 힘으로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정릉4동 철거민 유인자(60 여) 씨 등 5명의 철거민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또한 강제철거를 저지하던 천주교 빈민사도직 수녀 10여명의 두건이 철거반원에 의해 벗겨지고 타박상을 입었다.
이에 현장을 바라만 보는 경찰에게 철거민들은 항의하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고, 철거용역들은 1시간 정도 시간을 끌다가 행정대집행 계고장 사본을 보여주고는 다시 강제철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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