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인권하루소식> 캠페인:주민등록증을 다시 생각한다 (3)
내용
"주민등록제도는 우리 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세계 백여개의 나라들이 강제적인 전국민 주민등록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 목적은 반국가세력에 대한 통제, 범죄와의 전쟁, 세금 회피 방지, 출입국 통제 등 다양하다.

여기서 예외가 되는 것은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북유럽 국가 등 소수의 선진국이다. 이들 국가는 강제적인 전국민등록제도가 아니라 '보건'이나 '사회보장'이라는 특수한 목적 하에 제한적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사회보장번호'를 전국민 주민등록제도화 하자는 주장이 발을 붙일 수가 없었다. 사기, 세금 회피, 불법 이민 등의 문제로 골치 아픈 미국 사회이지만 '개인의 자율성'이 '국가의 주권'보다 중요하므로 주민등록제도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현 클리턴 정부에까지 이르는 역대 정권의 입장이었다. 

호주에서는 1986년, 세금 회피 방지를 목적으로 한 '호주 카드(Australia Card)'라 불린 주민등록제도 도입 법안이 제출되었다. 

이 카드에 대한 반대투쟁은 호주의 최근 역사에서 가장 큰 시민운동의 초점이 되었다. 수만 명이 거리로 뛰쳐나왔고 정부내의 입장은 크게 갈렸다. 결국, 입법 제안은 1년만에 포기됐다.

프랑스의 경우 70년대 후반까지 종이 재질의 신분증이 소지됐는데, 그것의 위조 가능성이 문제시되었다. 이에 1979년, 정부는 테러리즘 방지와 법 집행의 강화를 목적으로 이를 프라스틱 재질의 카드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카드에 고유한 식별번호(주민등록번호)는 부여되지 않았지만, 카드에 수록된 정보가 경찰이나 여타 행정체계와 연결될 수 있다는데 시민들은 우려를 갖게 되었다. 

1981년 들어선 사회당 정부 하에서 이 신분증의 운명은 역전되어,  전산화된 신분카드가 개인의 자유와 시민의 사생활에 실재위협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

위와 같은 사례에서 제기되었던 논쟁점은 주민등록제도가 각 정부들이 내세우고 있는 것처럼 '법과 질서의 유지'라는 목적에 과연 효과적이냐 이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신분확인' 절차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증거수집과 기소의 어려움 때문이라는 것이 반대측의 주장이다. 

오히려 그 사회에서 신분증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클수록 범죄자들은 그것을 역이용하려 들며, 공무원 사회 등에 내재한 '부패의 잠재성'은 이를 도울 수 있다. 따라서 정보의 집중과  그 전산화는 국민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면서, 그 정보를 팔아먹기 쉽고 악용하기 좋게끔 길을 터주는 일 일 뿐이라고 보는 것이다. 

주민등록제도를 지지하는 층이 행정 편의와 손쉬운 통제를 '법과 질서의 유지'로 포장하고 있지만, 그 자체에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다."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03497
생산일자 1999-06-10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정기간행물
분류1 인권하루소식
분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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