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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김대중 대통령이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미국을 방문한다.
필자가 이번 방미의 주요한 목적이 무엇인지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렵다.
다만 DJ가 작년 방미 때 미국 쪽에 제안한 한미투자협정이 이번 방미를 계기로 체결되어서는 결코 안되며, 나아가 양국 정부는 투자 및 무역자유화를 위한 어떠한 협상도 즉각 중단할 것을 주장하고자 한다.
IMF 구제금융 이후 정부는 '외자유치'만이 경제회복의 유일한 길이라며, 초국적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수단과 방법이란 사실 민중들의 기본권 및 민주주의적 권리를 침해하고 빼앗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자본에게 '해고의 자유'를 부여하고, 공공서비스를 담당했던 공기업을 민영화시켜 외자유치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또한 주식 외환시장의 자유화는 초국적자본의 '투기 놀음'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어, 언제 제2의 외환 금융위기가 발생할지 모를 상황에 이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1일 시행된 1단계 외환거래자유화조치에 의해 파생금융거래에 대한 실수요원칙이 폐지되면서,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도 국내 은행과의 거래를 통해 다양한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되어, 초국적자본의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투기 활동'은 어떠한 제한도 받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외자유치'가 결코 한국 경제 회복의 지름길이 될 수는 없다.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라는 주장은 기만에 다름 아니다. 왜냐하면 외국인직접투자라는 것이 대부분은 국내 주식 외환시장에 대한 '투기' 형태이며, 그나마 생산부문에의 투자라는 것도 신규 설비투자라기 보다는 자신의 경쟁자를 먹어치우는 M&A(인수합병) 방식이기 때문이다.
즉 외국인직접투자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생산적인 것도 아니고, 고용창출과도 거리가 먼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현재 제출된 한미투자협정의 초안은 외국인투자자 및 초국적자본의 권리를 무한대로 보장 보호하고 있다.
스크린쿼터제 철폐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한미투자협정 초안에 따르면, '투기'조차도 보호받아 마땅한 '정당한 투자'로 규정되어 있으며, 초국적자본의 기업활동에 제한을 가하는 어떠한 기준-노동 인권 환경 등- 의 부과도 금지된다. 만약 그러한 기준을 부과하면, 외국인투자자는 한국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가당치도 않은 얘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하에서 실제 벌어졌던 일이다. 미국계 기업인 에틸(ETHYL)사는 유독성 가솔린첨가제(MMT)를 생산 수출하는 기업인데, 캐나다정부는 MMT가 국민 건강에 유해하다고 해서 수입금지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에틸사는 캐나다정부를 제소하였고, 결국 캐나다정부는 수입금지조치를 취소하고 에틸사에 천만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해야만 했다.
한미투자협정 체제하에서 우리에게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 회장인 제프리 존스는 투자협정에서 한걸음 더 나가 한미자유무역지대 체결 문제를 한미정상회담 때 공식 안건화 할 것을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자유화 개방화가 민중들에게 가져다 준 것은 대량 실업, 빈부격차의 심화, 공공성 및 생태계 파괴였을 뿐이다. 한미투자협정이든 한미자유무역지대이든, 이러한 부정적 충격과 영향에 대해 최소한의 조사와 평가도 진행하지 않은 채, '더 많은 자유화 개방화'를 추구하는 것이라면 한국 민중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이창근(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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