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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 아래 인권위)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인권에 관한 교육 및 홍보""다. 그러나 인권침해 조사와 구제에 대한 높은 관심에 비해, 인권위에서 어떤 교육활동을 벌이고 있는지는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인권교육 담당관들을 만나, 인권위 첫해의 교육사업으로 무엇을 중점적으로 다뤄왔는지 들어보았다.
방어본능 뛰어넘기
누구나 인권교육을 받아야 하겠지만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예방을 위해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인권교육이 시급함은 오랫동안 지적돼 온 문제다. 인권위는 올해 수사기관과 구금시설 관련 공무원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시범' 운영해왔다. 주요 방향은 관련 공무원 양성 및 재훈련과정에 '인권강좌를 개설'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관계 기관과의 협의에 힘을 쏟고 있다.
아직은 교육시간이 1시간에서 3시간에 불과한 일회성 교육이며, 강사진이나 강의기법도 다양하지 않다. 시범교육은 어디까지나 시범교육이며, 인권위 자체가 인권교육을 직접 한다기보다는 관계기관과 협의와 독려를 통해 인권교육을 강제해 내는데 그 역할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사건과 얽혀져 있는 관계기관과 협의를 하고 강좌를 개설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관계기관들이 '이미 인권교육을 하고 있다'거나 '특강 수준 정도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식의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를 고집하는 것은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이에 인권위는 관련 기관의 '방어본능'을 인권교육으로 유인해낼 수 있는 전략을 가져야 한다.
인권위는 시범교육을 통해 경찰, 교정, 검찰, 군대 등 각 대상별 모범 강의안을 제작하고 있다. 『경찰과 인권』, 『교정과 인권』도 10월과 11월에 각각 제작됐다. 인권교육이 무엇인지 감도 잡지 못하고 있는 풍토에서 강의안의 제작은 의미가 크다. 모범강의안은 정보제공을 주목적으로 하며, 이에 덧붙여 다양한 교육방법을 담은 시나리오와 활동 프로그램, 시청각 자료를 내년 초에 가시화할 계획이다.
문제는 인권위에서 제작되는 강의안이 좋은 선례가 될 수도 있지만 인권에 대한 해석을 독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민간부문에서도 다양한 주제의 강의안과 교재를 내놓아, 상호비교와 내용침투가 가능해야 할 것이다.
우선순위 정하기
인권위는 각 대학의 교과운영 실태와 교사교육을 위한 교사인권의식 조사를 실시 중이다. 아울러 인권시민단체 인권교육 프로그램 및 자료 개발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올해 실시한 초·중·고 교과서 모니터링도 교재개발을 위한 기초조사다.
인권교육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는 사업계획을 세우기 위한 출발점임이 분명하지만, 실태조사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인권교육의 우선순위와 과제를 정하는 과정이 철저해야 할 것이다.
이밖에 인권위는 『인권교육기본지침서』를 개발하여 오는 9일 전문가 토론회를 가지며, 내년 2월에 아동인권교육용 동화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2003년에는 아동발달 수준에 맞춰 초등학교 고학년용부터 순차적으로 교재를 개발할 계획이다.
한편, 현 국가인권위 홈페이지가 다른 나라 국가인권위의 홈페이지에 비해 교육적 효과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관계자들은 내년 3월에 시스템을 구축하여 9월쯤에는 사이버 인권교육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유엔이 정한 '인권교육을 위한 10년(1995-2004)'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에야 우리나라에서는 인권교육을 할 국가의 의무를 생각하게 되었다. 늦은 출발인 만큼 더욱 철저해야 함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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