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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을 지나가는 당신의 모습이 무인감시카메라(CCTV)에 찍히고 있다면?
이것은 가정이 아니라 현실이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옷가게·가방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큰 길 가에 지난달 3대의 무인감시카메라가 설치됐다. 감시카메라는 공중에서 인도를 지나는 사람들과 상인들을 24시간 지켜보고 있고, 그 기록들은 시시각각 용산경찰서 소속 이태원 파출소의 모니터 화면에 나타난다. ""사생활 침해하는 거잖아요. 일거수 일투족 다 찍히니, 우리 권리가 묵살당하는 것 아녜요."" 인근 한 상가에 모인 대여섯 명의 이태원 지역 상인들은 감시카메라에 대한 원성을 높였다.
하지만 용산구청 지역경제과 관계자는 ""이태원에 외국인을 상대로 한 호객행위가 하도 말썽을 부려 경찰의 요청에 따라 구청이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거리에서 문제가 되는 호객행위는 길가의 옷·가방·구두 등을 파는 가게에서 손님을 부르거나 이끄는 것.
이태원 파출소 이모 경장은 '호객행위가 심하냐'는 물음에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은데, 외국인을 상대로 호객행위가 이뤄지니까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별로 안 좋다""며 ""일일이 근무자가 가 있기 힘드니까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상인들도 호객행위 때문에 지역 경쟁력이 떨어진다면서 감시카메라 설치에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용산구청과 의견을 교류했다는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회장은 ""관광이라는 대 명제 아래 관광질서를 위한 거니까 좋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ㄱ씨는 ""옛날에는 손님을 잡아끌고 호객행위가 심했지만, 이젠 자체정화해서 정중하게 뭘 사겠냐고 묻는 정도""라며 ""관청한테 불이익을 당할까봐 불만을 크게 제기하진 않지만 카메라 때문에 노이로제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호객행위와 아무 관련 없는 사람도 길을 물어보는 외국사람에게 답해줬다고 '삐끼'라고 파출소에 불려간다""고 말했다.
ㅇ씨도 ""'호객행위' 단속이 필요하다 해도, 사람들을 일상적으로 카메라로 찍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ㅇ씨도 ""우리가 다 범죄자인 게 아니잖아요. 범죄자 취급당하는 것 같아 안 좋다""고 말했다. ""뭐 사러 온 사람들도 카메라가 있는 거 알면 당연히 싫어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은우 변호사는 ""큰 위험이 있는 곳도 아닌데, 무인감시카메라를 설치한데다 설치 사실을 표시판 등으로 알리지도 않고 찍힌 사람들이 기록물을 열람·확인할 수 있는 관리규정도 두지 않은 것은 헌법상의 사생활 보호 조항에 반하는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무인감시카메라는 범죄 예방효과가 기대보다 낮은데 반해, 국민을 공공연한 감시로 몰아넣어 감시를 내면화시키고 민주주의보다는 권위에 복종하도록 강요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또 ""우리나라에서는 무인감시카메라에 의한 인권침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지침이 만들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 구청 등 관청과 기업들이 무인감시카메라 촬영을 남발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이때 지침에는 △무인감시카메라 설치를 명백한 위험 등 엄격한 요건을 두어 제한하고 △촬영 중이라는 사실과 촬영 주체를 알리고 △카메라에 찍힌 당사자가 기록에 접근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정해진 보존기간이 지나면 영구히 폐기토록 하고 △내부 관리 절차를 엄격히 해 외부 유출을 막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끝으로 이 변호사는 ""현재 통신비밀보호법 상으로는 몰래 대화를 녹음하는 것(도청)과 달리 몰래 어떤 모습을 촬영하는 것에 대해선 처벌규정이 없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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