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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관이 각종 활동 상황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 즉 '공보'는 모든 국가기관의 기본업무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 아래 인권위) 또한 공보담당관실을 두어, △인권위의 정책과 활동을 국민에게 알리고 △국민의 인권의식을 함양하는 홍보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위의 활동이 공보담당관실을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홍보되고 있어, 인권위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인권위는 취재가 안 된다
""인권위, 취재가 안 된다. 창구 다 막아놓고 취재원 접촉 못하게 하고, 기자들이 사건을 먼저 쓸 수 없도록 만든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 후 각 층마다 잠금장치가 되어 있어서 유리문 앞에서 인터폰으로 취재를 요청하면, 조사관들은 '공보담당관이랑 같이 와라', '할 얘기 없으니 공보담당관이랑 얘기해라'는 식으로 말한다. 관심을 갖고 기사를 쓸 수 있는 여건이 안 돼 있다."" 인권위에 출입하는 한 기자의 불만이다.
이와 관련 인권위 공보담당관 남규선 과장은 ""공보담당관실은 언론에서 뭘 관심 갖고 있는지, 그래서 무엇을 답변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라며, ""공보담당관실이 (기자들과의) 통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맞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보도자료에 나온 사실 이상의 구체적인 질문을 받으면 최근에는 해당 국장이나 조사관을 연결해 직접 설명하게 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취재가 안 된다'는 지적에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인권위 '입 단속' 지나치다
하지만 현재 기자들이 진정사건에 관해 기사를 작성하려면 인권위의 의결 후에만 가능하고, 그것도 공보담당관실에서 배포하는 보도자료 1∼2쪽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진정사건의 조사과정에서 인권위가 철저히 보안을 지키기 때문이다. 다른 기자는 ""인권위가 기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주는 떡이나 받아먹어라'는 식""이라며, ""어떤 진정사건들이 조사되고 있는지 진정 초기부터 알았으면 좋겠다""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남 과장은 ""기자들의 관심은 보도자료를 받아서 쓰기보다는 단독취재를 하는데 있는 것 같다""라며, ""진정사건이 인권위의 의결이 끝나기 전에 보도되면 (인권위 결정의) 신뢰나 공신력에 문제가 생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사전에 보도가 나가 인권위가 좋은 결정을 못 내리면 안 되지 않겠냐""라며, 그러한 대표적인 사례로 제천시 장애인차별 사건을 들었다.
지난 1월 유시춘 상임위원은 인권위의 결정 이전에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제천시 사건은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이와 관련 당시 권희필 제천시장은 '일부 언론에 미리 인권위 결정을 예단하는 발언을 했다'며, 유 상임위원에 대한 기피신청을 제출한 바 있다. 사실 인권위의 '입 단속'은 이 사건 이후 대폭 강화됐다.
언론보도 기피하지 말라
앞서 인권위에 불만을 표했던 기자는 이 사건에 대해 ""문제가 된 건 피진정인이 담당 상임위원에 대해 기피신청을 했다는 것""인데, ""이것이 조사과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의구심이 든다""라고 문제제기를 했다.
먼저 제천시 장애인 차별 사건에 대한 조사는 당시 거의 막바지였기 때문에, 언론보도가 조사과정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피진정인이 담당 상임위원에 대해 기피신청을 했을 때 인권위는 다른 상임위원으로 교체하면 되기 때문에, 기피신청 자체는 인권위의 의결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 기자는 ""진정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인권위가 여론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라며, 조사과정이더라도 중간발표가 필요하다는 점을 적극 강조했다. 진정사건이 공론화되면서 인권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인권기준을 제시해 인권위의 판단에 도움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기자는 끝으로 ""위원회의 공신력은 그런(언론보도를 통제하는) 식으로 생기지 않는다""라며, 지금까지 직원들의 '입 단속' 역할에 충실해 온 공보담당관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공개사건도 정보가 불충분하다
공보담당관실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나마 공개된 사건에 대해서도 제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얼굴흉터 산재보상금 남녀 차등지급은 평등권 침해""라는 정책및대외협력소위원회(아래 정책소위)의 최근 결정에 대해서도, 공보담당관실은 국민에게 정보를 제공하는데 대단히 인색한 태도를 보였다.
얼굴에 흉터가 남는 산재를 당했을 때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1조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산재등급을 높게 책정해 보상금을 더 많이 지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책소위는 지난달 25일 △의학적 타당성 문제 △이 법이 만들어진 60년대 사회통념의 문제 등을 지적하며 남녀를 차별하는 평등권 침해라고 결정했다.
여기서 공보담당관실이 한 일이라곤 같은달 29일 A4 2쪽 분량의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배포한 것뿐이다. 이번 결정 과정에 참여했던 정책소위 위원 3명 사이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그래서 이번 결정이 얼마나 치열한 고민 끝에 내려진 값진 판단인지 등의 문제의식이 A4 2쪽 분량에 모두 담길 리 만무한데도 말이다.
공보담당관실은 적어도 인권단체와 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 자리를 마련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결국 정책소위 위원들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걸어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하는 몫은 고스란히 기자들이나 국민 개개인에게 넘겨진 셈이다. 게다가 보름이 다 되어 가는 지금까지 진정사건의 결정문이 홈페이지 등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각하·기각 사건 비공개도 문제다
이번 산재보상금 남녀차별 건은, 사실 노동부 산재심사위원회의 권리구제절차가 종료된 사건이라는 이유로, 지난 9월 9일 차별행위조사소위원회(아래 차별소위)에서 각하되어 정책소위로 이관된 사건이다. 주의깊게 살펴보면, 이 진정이 차별소위에서 각하된 후 공보담당관실에서 보도자료를 낼 때까지 국민들은 2달 보름이 넘도록 이 사건의 존재를 모른 셈이다. 그나마 이번에 정책소위가 정책권고를 냈기에 망정이지, 정책소위도 각하나 기각을 결정해 보도자료가 나오지 않았다면 이번 사건의 존재는 영원히 묻혔을 수도 있다.
각하·기각 사건의 비공개 관행에 대해 남규선 과장은 ""전원위원회에서 공개를 결정하면 (각하·기각 사건도) 공개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라는 말과도 같다. 지난 9월 전향장기수 북송차별 건의 경우에서 보듯 <본지 10월 17일자 참조>, 각하·기각된 진정 중 민감한 사건에 대해 인권위는 스스로 공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인권위는 전향장기수 북송차별 건에 대해 사건발생 1년을 경과했다는 형식요건을 이유로 각하결정을 내렸지만, 공보담당관실은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았다. 각하 결정에 인권단체는 '비겁한 판단'이라며 비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인권침해조사소위원회나 차별소위에서 각하 또는 기각 결정된 진정들은 전원위원회에 형식적으로 보고된다는 것이다. 형식적인 보고 속에 전원위원회에서 중요 사건을 뽑아 공개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보담당관실에서 각하·기각 사건에 대한 공개를 적극적으로 사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자, 남 과장은 ""그 문제는 이전까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였다""라며 ""인권위 내에서 논의를 해 보겠다""라고 약속했다.
공보담당관실은 각하·기각 사건뿐만 아니라 비공개 안건에 대한 논의결과 또한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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