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기획> (7)(끝) 국가인권위원회 시대를 대비하자
내용
"국가인권위가 생겨도 인권사회단체들의 관심은 계속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권하루소식>은 ‘국가인권위 시대, 인권사회단체의 역할’이란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사회는 인권운동사랑방 이광길 상임활동가.(편집자)
참석 : 박경석(노들장애인야학, <석>), 서종균(한국도시연구소, <균>), 이원재(문화연대, <재>), 장여경(진보네트워크센터, <경>), 정종권(민중연대, <권>) 


사회:국가의 인권침해에 인권위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권> ‘4.10 부평만행’ 같은 폭행 등에 대해 인권위가 얼마나 실효성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특히 사인간에는 평등권침해만을 진정할 수 있는데, 노사쟁의 현장 ‘용역깡패’ 문제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재> 최근 ‘표현의 자유’ 문제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탄압보다는 청소년보호 이데올로기로 나타난다. 자퇴생모임 사이트 폐쇄 등은 그 예이다.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청소년보호는 피지배 계급 안에서의 갈등도 불러온다. 지배계급에 의한 통치전략으로 이용되는 면도 있다. ‘표현의 자유’ 문제를 다루겠지만, 당장 노동자들이 두들겨 맞고 잡혀가게 되면 신경 쓸 여력이 있을 지 모르겠다.

<경> 최근 프라이버시 문제는 개인정보의 상품적 가치가 높아지는 현실과도 관련된다. 분사될 한국통신 114의 수익모델 중 하나는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판매하는 것이다. 또한 기술발전이 프라이버시 문제를 야기한다. 작업장에 도입되는 기술이 발달해 작업장 내 감시의 문제가 제기됐고, 유전정보기술의 발달로 유전정보를 이용한 프라이버시의 침해가 생기고 있다. 이때 “설사 아무리 명분이 훌륭해도 내가 원하지 않을 때는 나의 개인정보를 침해받지 않을 자유가 있다”는 프라이버시 개념이 명확해져야 한다.

<석> 에바다 시설비리 문제는 장애인들이 겪는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례다. 공금유용, 후원금 착복, 원생들에 대한 성적 유린, 강제노역, 의문사 등의 인권침해 문제가 에바다 사건에 모두 녹아 있다. 이런 문제는 시장, 경찰, 유지 등 지역사회와 맞물려 있어 해결이 어렵다. 따라서 지역적 이해와 관계없는 국가인권위가 존재한다면, 시설비리의 문제는 상당히 풀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 차별 문제에 대해서는 실효성에 의문이 생긴다.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이를 차별로 규정할 수 있겠지만, 모든 버스에 장애인이 탈 수 있으려면 당장 돈이 문제가 된다. 

<균> 주거권과 관련해서는 철거문제가 대표적이다. 현재 재개발이나 택지개발시 강제철거가 진행되는데, 정부는 “법에 의해 집행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강제철거는 없다”고 주장한다. ‘강제철거를 최대한 줄이자’는 국제법취지 및 절차는 국내법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철거와 관련된 법과 제도를 고치도록 정책권고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입자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데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는 재개발시 세입자들에게 공공임대 아파트를 제공한다는 조례가 있다. 일부 지방에서는 관행상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역 그리고 민간사업으로 추진되는 재건축에는 이것조차 없다. 철거민에 대한 일반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사회: 지금까지 전반적으로 상황을 들어봤습니다. 정책권고 차원에서 인권위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권> 현재 노동위원회를 보면, 결정된 사항이 집행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노동위원회뿐만 아니라 무슨 제도든 실효성을 가지려면 국가인권위가 인권침해 사안에 대한 처벌조항을 강화하라고 정책적 권고를 해야 한다. 국가인권위는 처벌조항의 실효성에 촛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사회: 노동위원회가 국가나 당사자에 대해서만 발언할 수 있다면, 국가인권위는 밖에 대해서 발언할 수 있다는 것이 틀리다. 국가인권위는 비록 강제권은 없지만 ‘어떻게 여론을 활용하고 밖과 협력하느냐’에 따라 효과적인 압박수단을 행사할 수 있다.

<재> 국가인권위는 표현의 자유를 인권의 한 부분으로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기 위한 일반기준을 마련하고 그 기준준수권고를 해야 한다. 

<경> 주민등록제도와 같이 국가가 나서서 국민들의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는 제도를 재평가해야 한다. 또한 전자건강카드 등이 도입될 때는 사전에 기술영향평가 등을 도입하라고 권고할 수 있을 것이다.

<재> 한국에서는 국가가 정보를 관리하고 마음대로 취합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프라이버시와 관련해서 국가인권위는 정보의 자기결정권을 기본적 인권으로 명확히 합의하고 명시해야 한다.

<권> 최소한 법을 만들거나 개정할 때 인권사회단체가 개입할 수 있는 충분한 과정이 있어야 한다. 국가인권위는 이를 위해 명시적 단계들을 거치도록 신경써야 하겠다. 왜냐하면 법이 만들어진 후 피해가 생겼을 때 대응하는 것은 대단히 소극적이고 방어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이 시행되기 전에 그 법의 폐해가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검증하고 평가할 수 있는 절차가 보장돼야 한다.

<석> 소수자 차별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있어야 한다. 남녀차별금지법 같은 차별금지법을 만들 수 있는 정책적인 뒷받침과 권고를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엄청난 비용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를 유도해야 한다. 차별은 피해를 당하는 소수자에게는 사회적인 ‘배제’를 뜻한다.

사회: 국가인권위가 실제로 실효성을 가지는 부분은 사인간의 차별이거나, 아주 미약한 인권침해 사안일 것이다. 사인간의 문제에서 조사 후 권고를 했는데 받아들이지 않으면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이는 국가기관을 대상으로 한 고발과는 달리, 상당한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

사회: 이번에는 인권교육에 관한 부분을 살펴보자.

<석> 장애인 인권교육과 관련해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은 많다. 장애인을 당연하게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여길 수 있도록 인권교육이 됐을 때, 무지로 인해 나타나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상당히 해소될 것이다.

<경> 대학진학을 위해 공부하는 데 교육의 촛점이 맞춰지고 있어 노동권에 대한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실은 청소년노동자도 굉장히 많은데, 이들은 근기법도 제대로 모르고 현장에 갔다가 엄청나게 착취당한다. 노동권에 대한 개념이 의무교육에 포함돼야 한다.
그리고 인터넷 관련된 교육도 필요하다. 사실 인터넷이 일으키는 부작용이 없지 않지만, 사람들은 이런 부작용이 일어날 때 차단 중심으로만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다. 인터넷 활용에 대한 제대로 된 지침이 필요하다.

<재> 인권교육은 주입식이어서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청소년인권 자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개념이 확립돼야 할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차이를 인정하고 자신들의 권리를 배우는 과정이 인권교육의 핵심이다. 또 청보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권교육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사회: 국가인권위의 권리구제 부분도 이야기해 보자.

<경> 국가인권위의 조사기간이 중요하다. 헌법재판소 같은 경우 세월아 네월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권> 조사기간의 문제는 신속구제의 문제뿐만 아니라 검.경 쪽 입장을 대변하는 인권위원이 고의로 조사기간을 늦출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조사기간에 대한 강제조치가 있어야 한다.

사회: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권> 국가인권위에 대한 기대가 과도해서는 안 된다. 인권개선이나 인권발전을 위해 국가인권위는 누구에게 유리한 것인지 생각해야 보아야 한다. 법무부나 검찰에게 유리한가, 아니면 인권사회단체들에게 유리한가? 물론 국가인권위 내부에서도 공방과 싸움이 존재하나, 인권과 반인권의 충돌은 오히려 국가인권위 외부에서 벌어진다. 따라서 이에 대한 긴장감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경> 사실 국가인권위 자체는 빈 백지상태에서 공간을 열어준 정도를 의미한다. 그 안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견제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단체들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 일단은 첫 단추를 끼우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재> 국가인권위는 아무리 강제력이 없어도 국가기구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는 어쨌거나 국가기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정반대로 표현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균> 우리 사회는 국제법에 대한 인식이 낮다. 국제법을 적극 소개하고 우리 법에 반영시키는 역할을 인권위가 해야 할 것 같다. 권리구제 대상에 사회권 부분이 들어있지 않지만 적어도 국제법에 나와 있는 사회권을 충분히 교육하고 제안해야 하겠다.

사회: 국가인권위는 사실 인권단체들이 투쟁을 통해 얻은 것이다. 따라서 활용할 여지가 있는데 활용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정치적으로 무능한 것이다. 국가인권위에 요구했을 때 받아들이면 도와주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비판해야 하겠다."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00383
생산일자 2001-07-04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범용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단신
분류1 인권하루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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