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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없이 생존의 위협 앞에 방치되어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
이른바 '사내 하청노동자' '용역업체' 노동자라고 불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IMF시대 아래 최우선의 인원정리 대상이 되고 있으나, 비정규직이라는 조건 때문에 힘없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이들이 일자리를 잃는 형태는 회사와 용역업체 사이의 계약 해지라는 형식을 띄고 있으나 사실상 정리해고나 다름없다는 것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또 같은 회사내에서 노동을 하면서도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턱없이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일하는 등 차별대우로 인해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10월 현재 용역업체의 수는 67개였으나 현재는 대부분이 정리되고 약 10여 개 업체만 남아 있다. 용역업체 당 노동자들의 숫자는 평균 60-70명선이며, 따라서 약 3천명 정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실상 해고를 당한 셈이다. 아시아자동차에서도 지난해 약 1천2백명 가량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현대자동차 노조 관계자는 ""노조원들도 챙겨주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여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최근 「비정규직노동자 전국모임」(대표 김기일)을 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자리 지키기와 생존권 사수'를 위한 공동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김기일 전국모임 대표는 ""사내 하청노동자들은 사실상 불법적인 파견근로자에 해당하며, 이들은 제조업 뿐 아니라, 금융 등 사무직에서도 광범위하게 존재한다""고 밝혔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파악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숫자는 96년 9월 현재 10인이상 사업체에서 일하는 6백만명 노동자 중 57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전국모임측은 전국적으로 약 1백만명 정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규직과의 차별대우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는 또다른 어려움이다. 김 대표는 ""대부분 회사 내의 3D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월급도 정규직에 비해 50-80% 정도의 수준인데다,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 혜택도 별로 못받는 속에서 해고시엔 최우선 순위""라고 밝혔다. 그는 ""현장에선 작업복의 색깔마저도 다르게 입고 있어, 정규직은 상류계층, 비정규직은 하류계층으로 취급하는 의식이 팽배하다""며 ""임금이 적다보니 인격적으로도 무시당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열등의식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그러나, 신규채용이 없는 상황에서 비정규직노동자가 정규직으로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동일노동에 대해 동일한 임금을 얻어내고, 나아가 비정규직도 똑같이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는 것이 비정규직 노동자 운동의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아우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 사수를 위해 조직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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