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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미화사업에 국고를 털어넣는다?
김대중 대통령이 박정희기념관 건립사업에 국고에서 1백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데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15일 사학계는 1천2백여명의 역사 교수와 중 고등학교 교사가 참가한 ‘전국역사학자 모임’(공동대표 강만길)을 구성해 기념관 건립 국고지원에 대한 적극적인 반대 운동에 나섰다.
전국역사학자 모임은 박정희 유신선포일에 맞춰 지난 한주간 교단에서 박정희 바로알기 수업을 진행했으며, 25일 기자회견과 대토론회를 갖고 국고지원 방침 철회를 강력히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조원희 국민대(경제학부) 교수는 “정경유착, 지역 불균형, 재벌비대화, 중소기업위축, 농촌피폐는 박정희식 성장정책의 필연적 귀결”이라며 “법과 원칙을 무시한 인치를 행하고 자기에 충성하는 사람만을 정치, 관료, 기업인으로 지원해줌으로써 지연, 학연, 혈연 등 전근대적 원리가 판치게 됐다”고 밝혔다. 통일연구원의 이우영 박사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기념하고 존경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정부가 개입해 공적인 기념관을 짓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전국역사학자 모임은 11월초 열리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기념관 예산지원과 관련한 공청회 개최를 요구하는 등 국고지원방침이 철회될 때까지 반대운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민족문제연구소(소장 김봉우) 역시 지난 24일 박정희기념관 국고지원 반대 집회를 개최하는 등 팔을 걷어 부쳤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박정희는 일본군 장교로 독립군을 토벌하는데 앞장선 매국노였다”며 “무력으로 민주헌정을 파괴한 것도 모자라 자유, 정의, 평등, 인권 등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짓밟은 박정희는 결코 존경받아서는 안될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전국연합의 한 간사도 “김 대통령이 말하는 박정희와의 화해는 내년 총선을 위한 정략에 불과하다”며 “박정희 독재 속에 죽어간 열사들의 명예회복도 이뤄지지 않은 현실에서 박정희기념관을 짓고 거기에 국고를 털어놓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잇따라 박정희 미화사업에 반기를 들고나선 이때, 정부와 국민은 “이러다간 친일파나 전두환의 기념관까지 세우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한 네티즌의 냉소를 다시 한번 곱씹어 봐야할 것 같다. 독재의 망령은 또 다른 독재를 낳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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