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국가인권위원회의 새 인권위원으로 류국현 변호사가 임명됐다. 그러나 지난해 1기 인권위원의 인선과정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국민의 알권리는 철저히 무시됐으며, 청와대의 밀실인선을 거쳐 인권위원의 자리는 채워졌다.
현행법의 빈틈을 핑계삼아 거듭되고 있는 밀실인선은 자질 없는 인물의 등용을 차단할 수 없다는 점에서 너무나 심각한 문제다. 인권위원의 자리는 이 나라의 인권정책을 좌우할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의 처지를 앞장서 대변해야 하는 위치다. 때문에 법 논리보다는 인권적 감수성을 우선시하고, 여러 국가기관의 위세에 맞서 당당하게 인권의 원칙을 앞세울 수 있는 강직함이 요구되는 자리다. 거기에 도덕성과 헌신성 등 공직자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 자질이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신임 인권위원으로 임명된 류 변호사는 어떠한 인물인가? 검찰 출신으로 지방검찰청장과 법무부 인권과장을 지냈고 퇴직 후엔 국내 최대 법률회사에서 활동했다는 이력 외에, 알려진 바는 전혀 없다. 그가 인권신장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고, 어떤 인권적 관점과 비전을 갖고 있는지, 그가 인권위원에 걸맞은 자질을 갖고 있는지,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는 정보는 아무 것도 없다.
검증 없는 인권위원은 '시한폭탄'과 다를 바 없다. 이번에 인권위원직을 내던진 이진강 전 위원의 사임이유는 '대한변협회장직 출마'였다고 한다. '자신의 이력'을 위해 인권위원의 자리를 내던지는 인물은 결코 국민이 바라는 인권위원이 아니다. 1기 인권위원들이 모든 의사절차를 폐쇄화함으로써 자신들을 '베일'에 싸버린 태도 역시 스스로 자질 없음을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다. 때문에 후임자에 대한 인선과정은 달라져야만 했다. 공개적인 검증절차를 거친 뒤 오히려 떳떳하고 성실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 신임 위원의 임명 전에 문제가 공론화되지 못한 데엔, 이진강 위원의 사임소식을 함구한 국가인권위의 책임도 있다.
달라져야 할 점은 분명하다. 첫째, 인권위원에 대한 공개검증을 가로막는 현행 인권위원회법은 서둘러 개정되어야 한다. 인사청문회를 비롯한 검증절차가 제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인권위원에 대한 사후적인 감시와 견제가 가능해져야 한다. 인권위원의 활동을 국민들 앞에 투명하게 보여주어야 하며, 신임 인권위원부터라도 공개적인 자리를 통해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확인받아야 한다.
수많은 낙하산 인사가 공기업의 부실로 이어졌듯이, 검증 없는 인권위원은 인권위의 부실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그것이 국민 인권 전체의 부실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정체 모를' 인물들에게 우리의 인권을 맡기고 싶지 않다."
|